370억 예산 중 1원도 집행 못한 '공공임대리츠사업'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0.08.3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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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억 예산 중 1원도 집행 못한 '공공임대리츠사업'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공공임대주택리츠' 사업예산이 2년 째 불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난해 3월 이후 10년 공공임대 후 분양전환 방식의 신규 공급이 중단됐는데 올해도 또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30일 국회 예산청책처에 따르면 2019년 공공임대리츠 출자를 위해 편성된 주택도시기금 736억8000만원 중 118억 1100만원은 기금운용계획변경을 통해 타 사업에 전용됐다. 202억 6900만원은 불용돼 해당 사업의 집행률은 56.5%에 불과했다.



불용액이 많았음에도 공공임대리츠사업 예산은 올해도 368억4000만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단 1원도 집행되지 않았다.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임대주택은 10년 동안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10년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2009년 판교신도시부터 공급됐다. 하지만 판교신도시의 분양 전환이 지난해 첫 시작되면서 분양가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졌다.



규정상 분양전환 가격은 감정평가 시세로 책정된다. 5년 임대후 분양전환 하는 경우 조성원가와 감정평가 금액의 산술평균으로 결정되지만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분양가를 '감정평가 금액 이하'로 정하도록 돼 있어서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해당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분양전환가가 주변시세의 90~95%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랐고 입주민들은 분양가가 너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무주택자이자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실거주자들이 분양전환 시기에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하지만 사업자는 규정대로 감정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공급한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전국 15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3만5000가구는 조기분양 전환됐고 나머지 12만 가구에 대한 분양전환이 앞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12만 가구가 분양전환되면서 같은 논란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10년 임대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사업 중단 여부를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사실상 이같은 문제 때문에 지난해 3월 이후 10년 임대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를 신규 공급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사업지속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지난해 말 예산편성시 올해 기금운용계획에 해당 예산을 368억4000만원을 또 편성했다는 점이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결국 국민과 국가 모두에 부담"이라며 "재정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국회에서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은혜 의원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서민주거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정책"이라며 "사업중단 여부에 대한 언급도 없이 예산편성 후 불용액을 양산하는 것은 사업설계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공공임대리츠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에는 해당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10년보다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보다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모델을 설계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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