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뮤지컬인의 한 목소리 2020 뮤지컬 갈라 'The Show must go on!'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8월 29 ~ 30일로 예정됐던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결국 연기됐다. 2020.08.10. [email protected]
하지만 10여년 전에는 단역, 5~6년 전부터 조연배우로 불린 그는 정작 기사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앞서 다른 배우에 이어 그가 확진됐고 그로 인해 고아라, 황정음, 오만석 같은 또다른 주연급 배우들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기사에 이름 세 글자가 언급되는 식이었다. 사실 그가 출연한 작품 중 영화 ‘범죄도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인기를 끌면서 출연배우 중 한 명 정도로 ‘허동원’이 소개되는 내용이 그에 관한 나머지 기사 1900여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등 4개 국립공연기관, 국립극단 등 7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은 지난 19일부터 잠정 중단됐다. 단원 중 확진자 1명이 나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단원 전원이 지난 15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세종문화회관, 정동극장 등도 예정된 공연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등 사정은 비슷하다.
문화예술계와 공연계의 매출이 억, 억 소리가 나도록 떨어진다는 상투적인 말 속엔 공연을 위해 으스러지게 뛰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눈물이 있다. 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인복지재단은 어렵게 조건을 충족한 이들에게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주최하는 궁중문화축전의 경우 계약금을 최소 50%를 지급하여 공연 취소시에도 예술가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본적인 생계 못지않게 관객의 환호와 성원을 먹고 사는 이들이 느끼는 공허함과 박탈감도 크다. 무대의상 대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는 이도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대본에 밑줄을 그으며 대사를 외우고 있을지 모를 허동원씨 얘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사실 그는 포털기사에 댓글을 달 수 있었던 당시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의 제작진에게 ‘댓글요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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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출연 당시 허동원은 영화를 ‘셀프 홍보’하기 위해 1만건 넘는 댓글을 일일이 달아 영화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출연한 영화 ‘악인전’과 드라마 ‘저스티스’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털기사 댓글달기가 어려워지자 그는 드라마톡방에서 활동했다고 했다. 댓글을 달기 위해 구형 휴대전화기를 신형으로 바꿨다는 그는 ‘범죄도시’ 때보다 ‘악인전’ 때 1.5배의 댓글을 달았다고 자랑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로 서서히 치유되고 있을 ‘댓글요정’ 허동원은 지금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댓글이나 억측에 시달릴지 모른다. 그의 출연이 예정돼 있던 연극의 극단 대표는 “감염경로 파악이 쉽지가 않고 이번 상황이 누구 개인의 잘못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만큼 잘못된 정보들을 확인도 없이 전파하는 일들은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를 떨치고 완치돼 인생작의 주역으로 거듭날 허동원의 연기와 댓글을 꼭 보고 싶다. 더이상의 확산이 잦아들고 확진자 모두의 완치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