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 덮친 '코로나 경보'…"채용 25~50% 줄어든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8.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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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공채 덮친 '코로나 경보'…"채용 25~50% 줄어든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하면서 대기업들이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가뜩이나 실적 감소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채용 과정에서 코로나 감염 우려도 적잖기 때문이다. 하반기 채용문이 더 좁아질 전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하반기 신규 공채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9월 초 채용 공고를 앞두고 8월 말부터 공채 준비에 돌입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손을 놓고 있다. 채용 일정 자체가 오리무중이다.



현대차 (251,000원 ▼500 -0.20%)·SK (166,000원 ▼2,900 -1.72%)·LG (79,400원 ▼800 -1.00%) 등 나머지 4대 그룹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졸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이렇다할 대졸 신입 수시 채용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한국영업본부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하다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면접일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공기업 역시 뾰족한 수가 없다. 도로교통공단과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주말 치르려던 필기시험 일정을 9월 이후로 미뤘다. 한국전력공사도 오는 29일로 예정했던 6직급 채용 필기시험을 한달 연기했다. 하반기 채용 일정을 잡지 않은 곳도 다수다.



2018년 4월 5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2018년 4월 5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발표할 경우 하반기 취업시장은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매출 500대 기업 가운데 응답한 147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하겠다고 답한 기업이 29.3%에 그쳤다. 채용 의사를 밝힌 기업 중에서도 53.5%는 "채용 시기를 못 정했다"고 답했고 12.0%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 채용시기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도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한 대기업은 10대 그룹 기준으로 삼성·SK·롯데·포스코·CJ 등 절반에 그쳤다.

재계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 규모가 그룹별로 최소 25~5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신입 채용이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1000명 정도 뽑았는데 올해는 200~300명 정도 생각하고 있고 그나마도 상반기에 어느 정도 채워 하반기 채용 계획은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고용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의 경우 올 1분기 말 임직원이 10만6877명에서 2분기 말 10만6652명으로, LG전자 (92,900원 ▲100 +0.11%)는 3만9958명에서 3만9849명으로, 롯데쇼핑 (69,700원 ▼100 -0.14%)은 2만4761명에서 2만4228명으로 줄었다. 감소폭이 크진 않지만 그동안 꾸준히 임직원 규모를 늘렸던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주요 사업장에서 감염경로를 알기 힘든 '깜깜이 환자'가 속출하면서 기업들의 셧다운(가동 일시 중단) 우려가 크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채용 과정에서 감염 확산 우려까지 안고 하반기 채용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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