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그린뉴딜 74조 투입, 기업들 ESG 준수의지 강해져"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8.2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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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8>폴 데이비스·조셉 비바쉬 레이텀앤왓킨스 변호사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도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무시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고 있다.

경영·투자·당국 규제가 ESG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로펌들도 바빠지고 있다. 나라마다 법제가 다른데 기업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는 늘어나고 있다. ESG 규제를 어길 경우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



레이텀앤왓킨스의 영국 사무소 파트너 폴 데이비스 변호사는 23일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더 나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게 됐다"며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보다 다방면으로 철저히 평가받으면서 ESG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텀앤왓킨스는 ESG 관련 자문을 해오고 있는 글로벌 최대 로펌 중 하나다.

레이텀앤왓킨스의 홍콩 파트너인 조셉 비바쉬 변호사도 "한국 주요 기업들이 ESG 원칙을 준수하려는 의지를 점점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며 "ESG 가 기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중국 ESG 규제 강화
데이비스 변호사는 "코로나19로 기업의 위험과 이를 해결을 위한 지배구조가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구와 행동 변화는 많은 기업들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기관들이 ESG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면서 금융 분야에서도 ESG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최근 블랙록이 진행한 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에서 ESG 요소에 기반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대부분 더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ESG 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ESG를 지키고 올바르게 사업을 영위하는 곳에 충분한 투자 자금이 유입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기업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세계 주요 ESG 규제로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 금융분류체계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 태스크포스(TCFD) △중국의 사회신용등급 시스템 등을 꼽았다.


EU 지속가능 금융분류체계는 시장 참여자들이 '그린 워싱(친환경으로 위장함)'에 속지 않고 진정한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이는 기업과 투자자가 특정 경제활동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알 수 있도록 표준화된 방법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일부 EU국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기업의 전체 공급망에 걸친 ESG 위험을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관련 실사가 의무화되기도 한다. 프랑스는 2017년 인권 실사의무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전세계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TCFD 권고안은 기업들이 기후 관련 재무적 위험을 얼마나 잘 감독하고 관리하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어떤 정보들을 공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금융기관들은 기후 변화에 따라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자산과 기후 변화의 위험에 대한 재평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도 "ESG를 규제하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 제도는 사회, 정치, 환경 분야에 걸쳐 신용등급을 부여한다. 탄소 배출 목표를 위반한 기업은 사회적 신용 등급이 낮아지고, 징벌적 조치나 높은 세금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엄격한 규제는 아니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이나 UN의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과 같은, 보다 유연한 지침들도 NGO(비정부기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ESG 원칙 준수 노력
한국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동참 하고 있다. 비바쉬 변호사는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뉴딜정책과 그린 이니셔티브가 주목할 만한 한국의 ESG 정책변화라고 꼽았다.

비바쉬 변호사는 "한국 주요 기업들이 ESG 원칙을 준수하려는 의지를 점점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SG 원칙이 기업 활동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기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예로 포스코인터내셔널, 롯데지주, 국민연금공단 등을 들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성 회계 기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기재했다. 롯데지주는 한국 지주사 최초로 ESG채권을 발행한다고 발표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바쉬 변호사는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연기금도 투자결정에 있어 ESG 원칙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기금들이 ESG 요소를 중시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ESG채권을 발행하거나 ESG 원칙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한 ESG 표준을 광범위하게 채택하는 등 ESG 원칙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ESG 요소에 투자하면 사업모델이 개선된다는 시각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ESG 어기면 투자 철회·소송 위험 커져
ESG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거나, 어길 경우에 대한 위험도 늘어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거나, 투자자나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할 수 있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ESG 소송은 재무적 손실 뿐 아니라 회사의 평판, 신용에 치명적"이라며 "직원, 고객, 협력사, 기타 이해관계자 등과의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ESG로의 변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기업 전략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몇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 분석 및 보고를 위한 몇가지 틀이 있지만, 모든 기업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ESG 소송은 실제로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호주 정부의 경우 채권 발행시 기후변화로 인한 중요한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현재까지는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에게 공개적으로 ESG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몇몇 기관 투자자들이 ESG 소송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에게 ESG로의 전환을 압박하기 위해 집단소송제가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데이비스 변호사는 "소송의 가능성은 기업들이 ESG 문제에 사전 대처를 하도록 만들 수 있겠지만, 기업이 ESG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함께 작용한다"고 답했다. 그는 "늘어나는 규제와 강력한 ESG 정책들은 기업이 ESG를 중요하게 고려하도록 하는데 있어 마찬가지로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텀앤왓킨스는=글로벌 최대 로펌 중 하나로 ESG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현재 아시아, 유럽, 중동,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270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폴 데이비스 변호사는=환경법 연구소(ELI)의 이사이며, 지난해 세계적 법률전문지 후스후리걸에서 글로벌 환경 리더로 지목되기도 했다.

◇조셉 비바쉬 변호사는=아시아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금융 변호사다. 글로벌 법률전문지인 챔버스 글로벌, IFR 1000, 더 리걸 400 등은 비바쉬 변호사를 유수한 아시아 프로젝트 금융 변호사로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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