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항공업계, "트래블 버블 신속도입...하늘길 열어달라"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8.23 09:00
글자크기

[선임기자가 판다/항공산업-업계 요구]코로나19 철저한 방역과 경제 회복 투트랙 전략 필요

편집자주 독자에게 가치 있는 좋은 정보를 팔 수 있게 만든다(판다)는 의미와 산업 분야의 이슈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판다)는 의미로 마련한 코너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시설환경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호흡기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시설환경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호흡기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하늘 길이 열려야 항공업계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항공 업계가 생존을 위한 돌파구로 철저한 방역과 함께 '트래블 버블' 도입 등을 통해 하늘 길을 여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코로나19의 재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4월 이후 서서히 반등하던 글로벌 항공 업계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방역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국제간 이동의 길을 넓힐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방역 성공 국가들과 2주 자가격리 면제...트래블 버블 도입해야
전세계 항공승객 월별 추이. 3월 국제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급락했다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위: RPKs는 항공 회사의 수송량을 나타내는 단위. 수송한 유상 여객의 수에 수송한 거리를 곱한 것이다./자료출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전세계 항공승객 월별 추이. 3월 국제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급락했다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위: RPKs는 항공 회사의 수송량을 나타내는 단위. 수송한 유상 여객의 수에 수송한 거리를 곱한 것이다./자료출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업계의 한 임원은 "코로나19 방역성과가 좋은 국가들(대만, 베트남, 태국 등)과 여행객 격리를 상호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을 도입해 안전한 방역망을 구축하면서도 교류를 통한 경제 살리기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23일 말했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 우수 지역 간에 안전막(버블)을 형성해 두 국가간 입국자 상호간에는 2주간 자가격리를 면제해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도록 하는 것이다. 단,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이 확진된 관광객에 한해서 2주 자가격리를 면제해줌으로써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현재 발트3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은 이 제도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는 기업 및 민간 인력 교류의 회복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이를 검토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만료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기간 올해말까지 연장…시설 임대료 감면도 요청
항공업계는 또 위기 극복을 위해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기간을 연장하고, 시설 임대료도 감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공항시설사용료 감면은 8월로 만료 예정이나, 국적 항공사의 항공기 운항은 크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글로벌 항공수요가 2024년에서야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계 주당 비행편수. 파란색은 국내선, 빨간색은 국제선 주당 운항편수 추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국제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3월에 급락해 4월에 저점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는 모습니다./자료출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Flightradar24.전세계 주당 비행편수. 파란색은 국내선, 빨간색은 국제선 주당 운항편수 추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국제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3월에 급락해 4월에 저점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는 모습니다./자료출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Flightradar24.
이에 따라 항공산업이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공항시설사용료의 감면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업계는 또 공항 내 사무실 및 라운지 시설 등도 정상적으로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인천과 김포공항 등 두 공항공사의 시설 임대료를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환승고객 PCR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면제해달라
항공업계는 입국자 및 환승 승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내국인들과 직접 접촉을 하지 않는 환승객들에 대한 방역과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역 강화 대상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승객의 유전자증폭(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면제해줄 것을 당국에 요구했다.

현행 방역강화 6개국(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파키스탄, 방글레데시)에서 출발해 한국에 입국하거나 환승하는 승객은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환승객의 경우 국내로 입국하지 않는 만큼 PCR 음성 확인서를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의무화로 인해 환승객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 수요는 일본, 대만, 홍콩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또 한국을 경유지로 하는 중국발 항공편의 외국 국적자가 인천공항을 경유해 제3국으로 환승할 경우 무사증 입국을 허용해달라고도 했다.

현재 정부의 규제 조치로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에 탑승한 무사증 외국 국적자는 인천공항을 단순 경유해서 제3국으로 가는 환승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입국 14일전 중국 등 주요국 출발 및 경유시 미국 입국을 불허하고 있으나 미국시민권, 영주권자는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같은 미국행 예외사례 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일본행 환승도 불가능해 중국발 환승 수요가 제3국으로 넘어 그나마 확보할 수 있는 고객도 뺏기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하소연이다.

항공기 부품 무관세로...항공기 도입시 취득세 재산세도 폐지 요구
자료: 항공업계 취합자료: 항공업계 취합
항공업계는 이밖에도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항공 관련 세제도 적극 개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민간 항공기 및 부품시장은 소수 독과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각종 부품이 100%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경쟁국의 경우 항공기 부품 무관세 협정인 WTO 민간항공기 무역협정(TCA)에 가입된 상태이거나, 국내법을 통해 항공기부품 무관세 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도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TCA에 가입하거나, 현행 일몰제로 되어있는 관세감면제도를 일몰없이 운영하고, 감면액의 20%를 농어촌특별세로 재납부하는 의무도 폐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자료: 항공업계 취합자료: 항공업계 취합
또한 외국 항공사는 납부하지 않는 항공기 도입·보유 시 발생하는 취득세·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와 해외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과징금 상한액(100억원)의 하향 조정도 요구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항공업계의 상황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있다"며 "무엇이든 움직여서 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