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000% 넘어선 항공사 부채비율...자금 여력이 없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8.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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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항공산업-재무현황]단기자금 조달해도 글로벌 침체로 위기…LCC 일단 살려놓고 M&A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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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고범준 기자 = 2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다. 2020.04.02.   photo@newsis.com[인천공항=뉴시스]고범준 기자 = 2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상반기 실적이 공개된 2개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와 4개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를 조사한 결과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섰다.

이들 6개 상장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연결기준 부채비율(진에어는 개별기준) 평균이 지난해말 887.9%에서 올 상반기말 1285%로 397% 포인트 악화됐다.



또 1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6조 3733억원)을 같은 기간 갚아야 할 부채(14조 9730억원)로 나눈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42.9%에서 42.6%에 소폭 나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악화로 현금흐름이 최악인 상황에서 1년 내 돌아오는 단기 부채의 약 60%(8조 5997억원)를 어떻게 상환할지가 기업 생존의 관건으로 다가왔다.



항공기를 도입할 때 직접 구매하지 않고, 리스로 조달하는 항공업의 특성상 리스부채 규모가 커 다른 산업의 부채비율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리스부채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투자비와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엔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나 이스타항공은 '새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으나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또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은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에 나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길어지는 침체를 견디기에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평균 1000% 넘어선 항공사 부채비율...자금 여력이 없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 (21,700원 ▼150 -0.69%), 아시아나항공 (10,910원 ▼200 -1.80%), 제주항공 (11,020원 ▼80 -0.72%), 진에어 (12,910원 ▼300 -2.27%), 티웨이항공 (2,680원 ▼65 -2.37%), 에어부산 (2,820원 ▲20 +0.71%) 등 6개 상장사의 올 상반기 부채는 총 40조 4327억원으로 지난해말(39조 9801억원)에 비해 1.1%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악화로 자본이 대폭 줄어 부채비율은 평균 1000%를 넘어섰다.

제주항공(875%), 진에어(592%), 티웨이항공(560%)은 부채비율이 500~800% 전후로 1000%를 밑돌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200~500% 포인트 내외로 악화됐다. 비상장 LCC인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이미 지난해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6개 상장사 중 대한항공을 제외한 5개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6개사의 자본 규모가 4조 5029억원에서 3조 1467억원으로 30.1% 줄었다. 이로 인해 평균 부채비율은 약 400% 포인트 높아져 1285%에 달했다.

지난 상반기(1~6월) 6개사의 영업이익은 대한항공(274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사가 모두 손실을 내 총 64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686억원, 제주항공이 1511억원, 진에어 909억원, 에어부산 899억원, 티웨이항공 7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의 매출은 여객 감소를 화물기 운항으로 메워 34.8% 줄어든데 비해, 화물기 운항이 없었던 4개 LCC의 매출은 절반이 넘는 63.2% 줄었다.

평균 1000% 넘어선 항공사 부채비율...자금 여력이 없다
이로 인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하 영업현금흐름)은 대한항공만이 4850억원 플러스(+)였고, 나머지는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뜻은 영업활동을 하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그만큼 현금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6개사의 지난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합계는 대한항공의 5000억원 가까운 플러스에도 불구하고 -2672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현금유출을 메우기 위해 항공사들은 재무활동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진에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5개사가 재무활동현금흐름이 상반기에 플러스였다. 재무활동현금이 플러스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증자를 하거나 대출, 혹은 배당 등으로 현금이 유입됐다는 의미다. 부채를 갚아 현금이 빠져나가면 재무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로 표시된다.

아시아나항공이 6927억원을 조달했고, 대한항공이 1990억원을 재무활동을 통해 끌어들였다.

투자활동현금 흐름은 보유 유가증권을 팔거나 설비 등을 팔아서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플러스, 시설 등을 매입하기 위해 회사 통장에서 돈이 나가면 마이너스의 현금흐름으로 표시한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은 상반기 투자현금흐름이 플러스였다. 투자하기보다는 자산을 팔았다는 얘기다. 6개사의 투자현금흐름의 합계는 -1630억원이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투자활동을 통한 현금 흐름과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 흐름의 합계를 커버하는 수준이 돼야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활주로 위에 멈춰선 비행기들로 인해 당분간 자금사정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들은 "항공사의 생존을 위한 길은 철저한 방역을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면서도 하늘길을 여는 것이다"면서 "정부와 방역당국이 공항 내 철저한 방역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환승객들에게는 '비자면제' 등의 조치를 취해 환승수요를 늘리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LCC의 경우 일부 자본 조달을 하더라도 길어지는 침체를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글로벌한 위기상황인 만큼 혹한의 시기 동안 LCC가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해 살려놓은 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의 M&A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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