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짜장면 배달료가 1만원"…쿠팡발 '배달전쟁' 여파는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20.07.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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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 짜장면 배달료가 1만원"…쿠팡발 '배달전쟁' 여파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선 쿠팡이 지난해 5월 시작한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가 최근 업계 3위로 도약하며 배민과 요기요를 맹추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의 약진이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간 합병심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최근 시장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며 3위 사업자 배달통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미쳤었다. 쿠팡이츠는 현재 서울지역에서만 서비스하는데, 서울 주문량 기준 배민의 10~15%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달통 제친 쿠팡이츠, 음식도 로켓배달
쿠팡이츠는 쿠팡의 성장전략를 답습하고 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받은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로 로켓배송을 안착시킨 것처럼 쿠팡이츠 역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음식점 업주와 고객, 배달 라이더에게 막대한 현금을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이츠는 업주에게 주문중개 수수료를 건당 1000원만 받는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쿠팡과 업주간 계약상 주문중개 수수료는 배달료를 제외하고 15% 수준이지만 1000원 프로모션을 통해 입점매장을 빠르게 늘려가는 것이다. 이 프로모션은 당초 5월 말 종료예정이었지만 현재 무기한 연장 중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평균 배달 주문액 2만원을 기준으로 3000원을 내야 정상인데 1000원만 내면 업주로선 건당 2000원을 버는 셈"이라면서 "배달단가가 3~5만원으로 높은 족발이나 각종 찜요리의 경우 그 차이가 더 벌어져 업주들이 한시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계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배달원인 '쿠리어' 앱 공지화면. 날씨가 좋지않고 먼거리일 경우 배달료로 1~2만원까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관련업계쿠팡 배달원인 '쿠리어' 앱 공지화면. 날씨가 좋지않고 먼거리일 경우 배달료로 1~2만원까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관련업계
주문중개 수수료와 별도인 배달비 역시 쿠팡이츠가 쿠폰 지급 등의 방식으로 업주나 고객부담분을 보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아예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팁을 쿠팡이츠가 일정기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입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더에대한 지원역시 과감하다. 업계의 통상 배달료는 건당 3000~4000원 정도인데 쿠팡이츠는 업주와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쿠팡이츠 배달을 수행할 라이더에게도 웃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라이더를 대거 확보한다. 마치 '쿠팡 플렉서' 처럼 배달료가 날씨나 수요에 따라 유동적인데 점심, 저녁같은 피크타임에는 배달비가 5000원에서 7000원 사이로 늘고 거리가 조금 멀면 1만원~2만원까지 책정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대신 쿠팡은 1개 주문에 1명의 배달기사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배민의 경우 라이더들이 인근지역에 최대 5건을 동시배달하는 구조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라이더가 여러 건을 배달하면 음식이 식거나 고객의 기다림 때문에 아무래도 신속배달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이달 1일부터 광고수수료를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에서 건당 부과방식인 정률제(매출의 5.8%)로 변경하면서 독점 횡포 논란에 휩싸이자 "일부 업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으나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6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이달 1일부터 광고수수료를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에서 건당 부과방식인 정률제(매출의 5.8%)로 변경하면서 독점 횡포 논란에 휩싸이자 "일부 업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으나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무시하던 배민, 쿠팡이츠 예의주시...합병 득실 따지나
지난해 쿠팡이츠가 처음 등장했을 때문해도 배민이나 요기요 등 선발주자들은 점유율과 노하우 차이가 현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주와 가입자 증가세가 가파르자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수수료 체계 개편작업이 여론의 거센 반발속에 무산되며 수익성제고가 어려워진 배민으로서는 쿠팡의 공세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다.

여기에 후발 배달앱 업체인 위메프오가 9월부터 수수료 0%정책을 통해 입점업체를 늘리기로 했고 NHN 페이코 컨소시엄이 가세한 경기도 공공배달앱 진출도 10월부터 시범서비스가 예정돼 있어 배달앱 시장 경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이와관련 배민으로선 이같은 상황변화가 오히려 득이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간 결합심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쿠팡 등의 공세로 합병의 당위성을 부각시킬 수 있어서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합병심사의 쟁점은 양사의 결합으로 시장독점이 발생하느냐인데 쿠팡이츠를 비롯한 후발업체의 공세가 현재 배민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면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어서 배민이나 요기요가 맞대응하지 않는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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