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5문단 유언장 남긴 故박원순 시장이 적지 않은 것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7.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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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서울시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이날 "어제 오전 박원순 시장께서 공관 나오시면서 유언장 작성했다"며 "공관 정리하던 주무관이 발견했고 유언장 공개는 유족 뜻에 따라야 하므로 오늘 오전 유족들과 유언장 공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 뜻에 따라 유언장 공개를 결정했다"면서 "지금 보여드리는 유언장이 어제 공관 서재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본이다.(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서울=뉴스1) =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서울시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이날 "어제 오전 박원순 시장께서 공관 나오시면서 유언장 작성했다"며 "공관 정리하던 주무관이 발견했고 유언장 공개는 유족 뜻에 따라야 하므로 오늘 오전 유족들과 유언장 공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 뜻에 따라 유언장 공개를 결정했다"면서 "지금 보여드리는 유언장이 어제 공관 서재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본이다.(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유언장을 쓴 이유가 안 적혀 있다.

올해 44조원 규모의 예산을 주무르는 서울시의 수장이었던 고 박원순 전 시장이 불과 5문단의 유언장을 남기고 10일 숨졌다. 그 전인 8일 전직 비서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고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유언장엔 고인의 성추행 피소 사건이 발생하며 생긴 의혹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시정에 대한 언급도 전무했다.



지난 9일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고인의 책상에서 발견됐다고 10일 오전 공개한 유언장은 마지막의 ‘모두 안녕’이라는 문구를 포함해 모두 5문단으로 적혀있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 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내용이다.



이처럼 짤막한 유언장은 사상 최초로 열린 서울특별시장(葬) 기간 사회 갈등을 부채질한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이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한 결과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각각 결집해 서로를 비난하는 현상이 격화됐다.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엔 장례 기간 중노년 연령층의 보수성향 인사들이 '미투철학 반대하는 서울특별시장(葬) 반대한다', '국민혈세 5일간 낭비하는 서울특별시장 반대한다’등 피켓을 들었다. 박 시장의 죽음을 조롱하는 이들도 나왔다.

한 중년의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는 분향소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충돌을 우려한 경찰의 제지를 받으며 "대한민국서 바나나 못먹나? 반대되는 사람은 여기서 촬영 못하냐고요"라고 말했다.


"상갓집이니 조용히 해라"라며 반대자들을 향해 외치던 중년여성은 “아줌마나 조용히 해”란 말을 듣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종결 처리됐다. 시정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는 체제로 운영된다. 박 시장이 사망 전 시 고위직들에게 특별한 유지를 남겼는진 미지수다.

서 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영결식에서 "'시민이 시장', '사람존중도시'라는 서울시정의 대전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회복하고자 했던 박원순 시장님의 꿈을 미완의 과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꿈으로 흔들림 없이 계승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는 4월 첫번째 수요일에 실시하게 돼 있다. 이에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에 진정한 민주적인 개인 자유 평등을 지향했던 정치인이라면 표현을 했어야 한다"며 "만약 본인이 강조했던 여성의 취약한 삶의 모순적 고리를 깨부셔야 한다고 역설한 사람이 본인 스스로 그 모순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았다면 고백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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