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기승전 코로나19’ 시대의 명암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2020.07.0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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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 이진우 부국장 / 사진제공=외부더벨 이진우 부국장 / 사진제공=외부


‘기승전 코로나19(COVID-19)’ 시대다. 모든 대화의 시작과 끝은 코로나19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원인과 과정, 결과 어딘가엔 항상 코로나19가 자리한다. 여기저기서 열리는 행사의 주제도 온통 ‘코로나19 이후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 이런 식이다.
 
개인, 직장인 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회의와 회식을 즐기고 남들과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은 뭔가 불편하지만 반대 부류에겐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반갑다. 적당한 거리가 있는 관계에서 경조사에도 ‘덜 미안한’ 불참의 명분이 된다. 식당에서 혼밥을 해도 예전보다 덜 어색하다.
 
얼마 전 서울 모 유명대 경영대학의 한 MBA(경영학석사) 과정 신입생 모집에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불황의 단면이다. 취업이 어렵고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학교를 일종의 도피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불황의 단면은 스포츠계에서도 자주 거론된다. 일례로 올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신인과 무명선수들의 돌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고 한다. 한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가 꼽힌다. 신인이나 무명선수가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다 보면 잔뜩 긴장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는데 관중이 없어 평소 연습처럼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름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산업별 명암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위기고 모두가 경영난에 시달리진 않는다. 코로나19 와중에 만난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PEF) 관계자들의 표정은 대부분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그들의 포트폴리오엔 ‘코로나19 시대의 기회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와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한 언택트(비대면) 업종의 회사가 다수 포진했다.
 
가능성만으로 평가받던 업종이 갑자기 뜨면서 오히려 가치평가에 혼란을 겪을 정도라고 한다.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과거의 경험을 살려 옥석 고르기에 본격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남들이 죽어나간다고 할 때 오히려 추가로 돈을 넣거나(투자) 빼는(엑시트)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으니 위기인지 기회인지 헷갈린다.
 
재계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큰 화두 중 하나는 ‘적과의 동침’으로 불리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배터리 동맹’ 행보다. 삼성, LG, SK 등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만드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연이어 회동 하거나 만남을 추진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한 ‘한국형 배터리 동맹’ ‘경쟁보다 생존이 먼저’라는 절박한 위기의식 등의 분석이 이어졌다.
 
문을 닫을 지경인 항공사, 여행사들이 보면 머나먼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들리고 너무 거창한 의미부여 아니냐고 하겠지만 ‘미래 먹거리’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대목만큼은 그저 부러울 뿐 별 이견이 없다. 위기 앞에선 경쟁자도 적도 언제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되지만 현실에서 쉽지 않을 것 같은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펼쳐진다.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세상에 주목하라고 한다. ‘디지털’ ‘비대면’에 익숙하고 외톨이를 불편해하지 않는 세상에 이미 들어섰다. 아무리 어려워도 명암이 있고 희비가 교차한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펼쳐질 ‘과거와는 다른 세상’에서도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진부한 교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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