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옵티머스, 2700억 펀드자금 '눈먼 돈' 처럼 썼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반준환 기자 2020.06.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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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원칙, 투자방향 없이 물 쓰듯이 돈 뿌려져…부실한 NPL·글램핑장 투자도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자금을 사금고처럼 마구잡이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 잔액의 절반이 넘는 2700억원을 대부업체와 건설사, 부실기업에 펑펑 쏟아부었다. 최소한의 운용 원칙이나 철학도 찾기 어려웠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현장검사에서 이 같은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지난 19일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통상 검사기간이 2주일이고 아직 1주일 남은 점을 고려하면 부실투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펀드 투자자금을 관공서 매출채권 같은 안정적인 투자처에 운용한다고 설명해왔다. 지난 5월 말 기준 펀드 설정잔액은 5172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699억원은 관공서 매출채권이 아닌 사기업에 무분별하게 투자됐고 이 가운데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금은 △아트리파라다이스 731억원 △씨피엔에스 663억원 △골든코어 312억원 △하이컨설팅 261억원 △엔비캐피탈대부 188억원 △기타 기업 500억원 등에 투입됐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외에 대부업체인 엔비캐피탈이 새롭게 등장했고 하이컨설팅이라는 컨설팅 업체도 투자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들 기업은 모두 2018, 2019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한계기업이다.

투자된 내역 가운데 정부나 공공기관과 연계된 것은 드물었고 부실채권(NPL)에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쓰였다.


일례로 가장 많은 금액이 흘러간 아트리파라다이스는 부동산 투자자문사인데 옵티머스자산운용에게 받은 돈을 물처럼 써댔다. 부실화된 부동산 NPL을 사들이는데만 62억원을 썼고 빚을 갚지 못해 공매에 들어간 경매 물건도 높은 가격을 써내 낙찰받았다.

이 밖에 경기, 부산, 충청, 제주 등 전국 곳곳에 돈이 뿌려졌는데 적정가치가 얼마인지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씨피엔에스도 이런 방식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돈을 받은 후 부동산 시행회사 지분을 대거 사들이고 지방 글램핑장에 100억원 넘는 돈을 지출했다. 또 다른 투자금 일부는 무자본 M&A(인수·합병)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중 수백억 원을 투자받은 아트리파라다이스는 수도권에서 골프연습장, 헬스장, 찜질방 등을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으로 소개돼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관공서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안정성 높은 펀드로 홍보하면서 8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처로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을 꼽았다.

이에 종전에 정기 예금이나 적금 등에만 투자해왔던 안정성향의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그러나 관공서 확정매출채권이라고 수천억 자금을 끌어모으고서는 대범하게도 한계기업이나 대부업체의 사모사채 등에 펀드의 절반 가량을 투자한 것이다. 펀드 투자처가 밝혀진 이상, 앞으로는 얼마나 회수 가능한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잔액은 5172억원이다. NH투자증권이 4528억원으로 약 90%에 달하고 한국투자증권이 407억원, 케이프투자증권이 149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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