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땐 독하게 손잡을 땐 확실히"…구광모 공격경영 2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6.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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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2년 LG의 변신]③

편집자주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2년간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과거와 다른 혁신을 본격화한 LG의 그간 행보를 조명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점검해본다.

"싸울 땐 독하게 손잡을 땐 확실히"…구광모 공격경영 2년


"과감하고 독해졌다."

오는 29일 구광모 회장 취임 2년을 맞는 LG그룹에 대한 재계 안팎의 평가다. 구 회장의 외부 행보가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잠잠해 보이지만 미래시장 선점 경쟁에서 단호한 의사결정이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 (373,500원 ▲500 +0.13%)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전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최종판결이 나오는 오는 10월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은 이 소송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최우선하겠다는 구 회장의 원칙이 시장에 각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애경산업 (20,250원 0.00%)을 상대로 낸 치약 상표권 소송도 구 회장의 이런 지론이 반영된 결단이었다는 평가다. LG전자 (90,800원 ▲200 +0.22%)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와 TV,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가전시장에서 제품명칭과 기술력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 구 회장 취임 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LG그룹의 변신 이면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부상과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인한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도 지난해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런 인식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당시 "전례 없는 위기에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달라"고 말했다.

"싸울 땐 독하게 손잡을 땐 확실히"…구광모 공격경영 2년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이 25년의 뚝심으로 키워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경우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과 글로벌 1위 경쟁이 치열하다. 올 들어 글로벌 1위를 탈환했지만 지난해 CATL에게 선두를 내주는 등 격차가 크지 않다.


LG디스플레이 (10,320원 ▲40 +0.39%)가 주도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 저가 공세로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빼앗아간 중국업체의 추격이 만만찮다.

LG그룹이 경쟁사와 각만 세우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LG사이언스파크의 오픈이노베이션실(개방형 혁신실)을 '부장'급 조직에서 '담당(준임원)'급 조직으로 격상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외부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에서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가 인공지능(A) 분야에서 독자 노선을 걷기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경쟁사는 물론, 네이버 등 국내업체와 플랫폼 협업을 시도하면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도 바이오 부문 혁신기술 공유에 초점을 둔 'LGC 생명과학포럼'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개최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지난 22일 구 회장이 직접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일등 LG' 복원을 목표로 큰 그림에서 변화를 꾀하다 보니 공격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부딪힐 때는 부딪히고 손 잡을 때는 손잡는 방식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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