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구광모 회장 취임 2년을 맞는 LG그룹에 대한 재계 안팎의 평가다. 구 회장의 외부 행보가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잠잠해 보이지만 미래시장 선점 경쟁에서 단호한 의사결정이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 (373,500원 ▲500 +0.13%)과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전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이 애경산업 (20,250원 0.00%)을 상대로 낸 치약 상표권 소송도 구 회장의 이런 지론이 반영된 결단이었다는 평가다. LG전자 (90,800원 ▲200 +0.22%)는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와 TV,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가전시장에서 제품명칭과 기술력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 구 회장 취임 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구 회장도 지난해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런 인식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당시 "전례 없는 위기에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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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10,320원 ▲40 +0.39%)가 주도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 저가 공세로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빼앗아간 중국업체의 추격이 만만찮다.
LG그룹이 경쟁사와 각만 세우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LG사이언스파크의 오픈이노베이션실(개방형 혁신실)을 '부장'급 조직에서 '담당(준임원)'급 조직으로 격상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외부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에서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가 인공지능(A) 분야에서 독자 노선을 걷기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경쟁사는 물론, 네이버 등 국내업체와 플랫폼 협업을 시도하면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도 바이오 부문 혁신기술 공유에 초점을 둔 'LGC 생명과학포럼'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개최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지난 22일 구 회장이 직접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일등 LG' 복원을 목표로 큰 그림에서 변화를 꾀하다 보니 공격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부딪힐 때는 부딪히고 손 잡을 때는 손잡는 방식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