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행보 재개한 이재용…반도체·휴대폰 일사천리로 '현장 점검'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6.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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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세트부문 이례적 릴레이 간담회…사법 리스크에도 "시간이 없다" 절박감 반영

경영행보 재개한 이재용…반도체·휴대폰 일사천리로 '현장 점검'


이재용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부회장이 자신을 향한 검찰의 수사 칼날에도 불구, 현장 경영을 다시 재개했다. 코로나19(COVID-19)와 미중 무역전쟁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환경 속에서 수사에 부담을 느껴 경영행보를 멈췄다가는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 부진으로 올 2분기 매출 추정치가 51조13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줄어들 전망이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반도체(DS부문)과 제품(IM부문) 사장단과 릴레이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이날 현장경영 행보는 전에 없이 분주했다.



◇18조 투자하는 반도체 사업부문 총 점검

오전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DS부문 경영진과 일제히 만났다. 아직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황이 코로나19에도 불구 선방하고 있지만 비대면 활동이 주춤하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언제든지 하락해 삼성전자 DS부문 실적을 압박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점심 식사 후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전략 간담회를 연속으로 소화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10조원을 투자해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라인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을만큼 차세대 시장에서 놓쳐선 안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글로벌 시황과 무역 분쟁이 파운드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선단공정 개발 로드맵(5나노, GAA 등) 등 핵심 사항들을 일제히 점검했다.

◇갈수록 급감하는 핸드폰 등 무선사업 매출도 챙겨
경영행보 재개한 이재용…반도체·휴대폰 일사천리로 '현장 점검'
이후 무선사업부 경영진과 가진 회의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실적을 지탱하는 휴대폰 부문 실적이 2분기에도 회복하기는 커녕 3~4분기로 갈수록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당장 올 2분기 IT와 모바일 부문 매출은 1분기보다 6조원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사장, 최경식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 김경준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 등과 머리를 맞대고 올 상반기 실적 점검은 물론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내년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 운영 전략도 함께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도 각 부문별 사장단과 수시로 전략을 논의하지만 이날 하루에 DS와 세트 부문을 아우르는 사장단 전체 간담회를 가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부품사업과 제품사업 전반의 위기 대응과 미래시장 전략을 논의하며 의외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구속영장 기각 후 현장경영 더 늦출 순 없다는 '위기감'

그러나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는 여전히 할 일에 비해 "시간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출장 이후 한 달 여 만에야 다시 현장을 챙길 수 있었다. 지난달 말 연속된 2차례 34시간의 검찰 소환조사에 이어 이달 8일에는 8시간30분에 달하는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등 경영 현장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한고비를 넘긴 만큼 경영현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세트 부문을 동시에 깊이 이해하며 진두지휘 할 수 있는 삼성전자 경영진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코로나 발 위기에도 선제적 투자로 이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여섯 차례나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찾으며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해왔다.

이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라인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1일엔 역시 평택에서 8조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열흘 사이에 18조원의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파운드리는 특히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중국 업체들과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낸드플래시도 과감한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검찰 수사로 '위기는 곧 기회'였던 삼성전자의 성공 스토리가 멈출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 발 불확실성을 돌파하려면 삼성전자의 내부 경영시스템이 어느 때보다 안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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