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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한마디에 길 닦은 중국…"한국선 상상 못할 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김지훈 기자 2020.06.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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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⑥전례없는 '리쇼어링' 대책이 온다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 쫓아내던 '수도권 공장총량제' 손댄다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21일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에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0.5.21/뉴스1(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21일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에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0.5.21/뉴스1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3일 발표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 귀환)' 유도를 위한 대책이 비중있게 포함됐다. 리쇼어링을 결정한 기업이 원하면 수도권 입성을 허용해 주고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전 세계가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대응과 경제 부흥을 위해 경쟁적으로 리쇼어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로 공장을 옮긴 우리 기업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확실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좀 더 파악해 다음달 '파격적인' 리쇼어링 대책을 마련해 공개한다.

◆38년 기업투자 막던 수도권 대못 뽑힐까?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리쇼어링 지원 확대의 일환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 총량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리쇼어링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수도권 규제 '대못' 하나가 뽑힐지 주목된다.

해외에서 국내로 발을 돌리려는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생산시설 입지와 인력 확보다. 비용과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서울 근처, 수도권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장총량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에 묶인 탓에 수도권 안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은 희망 사항에 그칠 뿐이다.



현행법상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해 규제한다. 과밀억제지역은 공업지역 지정이 제한되고 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은 정부 허가를 받아 공장을 지어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삼성 한마디에 길 닦은 중국…"한국선 상상 못할 일"
이중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하게 하는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규제는 수도권 공장총량제다. 1982년 제정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도입한 공장총량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해당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제도다.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공업지역의 위치변경만 가능하고 면적을 늘릴 수는 없다.

공장총량제 탓에 수도권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은 추가로 공장 증설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부시설을 임대해야 하거나 지방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들도 지금까지는 수도권 유턴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것이다.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도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에만 지원해 왔다.

◆수도권 규제 완화 시동, "제한적으로라도 더 풀어야"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3차 추경 규모는 35조 3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11조 4000억원은 세입경정을 통한 경기대응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투자되고 5조원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 지원에 쓰인다. 18조 9000억원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과 경기보강을 위해 투자된다. 2020.6.3/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3차 추경 규모는 35조 3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11조 4000억원은 세입경정을 통한 경기대응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투자되고 5조원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 지원에 쓰인다. 18조 9000억원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과 경기보강을 위해 투자된다. 2020.6.3/뉴스1
정부는 일단 유턴기업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정부는 이달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그동안 배제했던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턴 보조금의 경우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국비 200억원 한도로 사업비를 편성했다. 통상 유턴기업 1곳당 10~20억원 정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10~20곳의 유턴기업 발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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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 센터에 한정해 최대 150억원 한도로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지방과 격차를 두기 위해 비수도권 유턴기업은 200억원 한도로 받을 수 있다. 중견·대기업의 국내 복귀 걸림돌로 여겨졌던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위한 해외 생산 감축량 요건도 폐지한다.

전문가들은 공장총량제 재검토 과정에서 정부의 보다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장의 신·증설 제한 규정을 조금만 완화해 주거나 반도체 등 수출주도기업 또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린뉴딜 관련 기업의 등에 한정해서라도 규제를 제한적으로만 풀어만 줘도 효과가 클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등에 포함된 리쇼어링 대책은 기존 법적인 제도에서 할 수 있는 내용만 포함한 것"이라며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리쇼어링 종합대책은 수도권 규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을 포함해 파격적인 내용일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도한 수도권 공장 입지규제 탓에 일부 공장은 증축을 못 해 생산라인이 뒤틀어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생산성이나 인력 효율에 따라 기업들이 유턴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삼성 한마디에 길 닦고 현대 1달러에 공장 주고…"韓선 어림없는 일"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중국 시안성 당 서기가 애로사항을 묻길래 지나가는 말로 '사업장 앞 도로가 조금 좁다'고 말했습니다. 한 달이 안 돼 새 도로가 깔리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전직 임원이 중국의 기업 유치 정책을 소개하며 꺼낸 경험담이다. 이 임원은 "기존 도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대답을 안 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의례적으로 말한 것이었다"며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 기업 현안에 이토록 민감하게 대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돌이켰다.

이 일화는 삼성전자 경영진에 곧바로 전해졌다. 당시 삼성전자 (52,700원 100 -0.2%) 내부에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 있었다면 '대기업 특혜'나 '삼성 봐주기'라며 정경유착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지만 기업 활동에 대해선 뜻밖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판단해 '해야 할 일'이라고 정해지면 일사천리로 정책을 진행한다.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모든 수단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총 동원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물가와 임금이 한국의 어깨 수준까지 오른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좀처럼 중국 공장을 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해외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 이상의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쏘나타의 엔진룸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쏘나타의 엔진룸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기업 유치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미국도 중국 못지않다. 미국에서는 '1달러'가 기업 유치 전쟁을 상징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앨라배마주가 현대차 (98,300원 1300 -1.3%) 공장을 유치하면서 공장 부지 717만㎡를 단돈 1달러에 넘겼다. 조지아주도 1달러만 받고 기아차 (32,050원 450 -1.4%) 공장 부지 893만㎡를 25년간 빌려줬다.

앨라배마주가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외국인에게 토지소유권 이전을 금지한 주 헌법을 개정한 것도 유명한 사례다. 당시 주지사와 주 정부 관계자들은 앨라배마 공장은 물론 현대차 한국 본사까지 찾아와 기업 유치를 시도했다. 2005년 현대차공장 준공식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저명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또 하나 명물은 '현대길'이라고 이름 붙은 도로다. 앨라배마 주정부는 현대차 공장의 번지수를 한국의 울산공장 번지수와 같은 '700번지'로 배정했다. 조지아 주정부는 미국 대륙을 지나는 화물 철도 지선 하나를 기아차 공장 내부에 건립해주는 특별 배려를 했다.

미국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듯 현대차는 지난해 말 앨라배마 공장에 4억1000만달러(약 46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가 이뤄지면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1만 2000여명의 추가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경제적 효과를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에서 노조에 시달리고 규제에 고민하다 미국에 오면 말 그대로 '기업 천국'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우리 정부가 기업 유턴 정책을 편다면 가장 먼저 기업이 고민 없이 일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묵혀둔 대규모 부지까지 원가에…'상생형 지역일자리' 리쇼어링 부른다


삼성 한마디에 길 닦은 중국…"한국선 상상 못할 일"
"묵혀둔 대규모 공장 부지 원가에 내주고, 취득세 덜어주고…"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유치전에 한창이다. 대규모 공장용지를 기업에 조성원가로 넘기기로 하는가 하면 취득세 혜택 등 지방세 감면 혜택을 약속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내놓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제조·서비스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지자체가 노·사·민·정 합의에 기반해 사업 특성에 맞는 각종 혜택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월 광주를 시작으로 지난 2월까지 13개월 간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참여를 선언한 지자체는 7곳이다. △광주 △경남 밀양 △대구 △경북 구미 △강원 횡성 △전북 군산 △부산 등이다. 이들 사이에서 성공 모델이 탄생하면, 리쇼어링(해외 공장 국내 이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은 공장 총량제…비수도권은 신산업 유치 위해 쟁여두기도

패키지 지원방안엔 지방자치단체가 투자보조금을 지원하고 도로 건설 등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행복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등을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일자리난이 심각한 비수도권 지역을 신 산업 메카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지원책들이다. 공장 총량제 등으로 인해 수도권 진입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인센티브다.

실제로 해외 생산거점을 지으려던 기업이 국내 공장 구축으로 방향을 트는 사례도 나왔다. 차세대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생산업체 코렌스EM의 경우 기존 검토하던 중국 진출 대신 2022년까지 2082억원을 투자해 부산 내 산업물류도시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시가 코렌스EM 및 협력업체들에 항만과 인접한 국제산업물류도시 부지 30만2616㎡ 규모를 조성 원가인 1800억원선에 분양하는 파격 제안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가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매각을 유보해둔 땅"이라며 "인근 해운대는 정주 여건이 좋으며 동남권엔 연구인력 확보에 필요한 대학도 많아 코렌스 EM이 중국 대신 한국에서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형 일자리 사업 참여 기업은 5년간 취득세 75%, 재산세 75% 감면 혜택도 받는다. 세법상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감면율 50%에서 25%포인트가 더 높다. 광주시도 현대자동차 및 협력업체들이 공장 용지 취득 시 부산과 같은 비율로 취득·재산세를 깎아 주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리쇼어링 유도를 위해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에 규제 완화 구역 지정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성공모델 나오면 리쇼어링도 기대…노사민정 합의 등은 과제

지자체들은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내 기업들이 리쇼어링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지역형 일자리에 대한 노조의 반대 등 각종 장애물은 여전하다. 일례로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한국노총과 주요 주주, 현대차 노조 등 안팎의 관련 조직들이 사업 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기 어려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지난 4월 가까스로 노사상생 관련 합의가 체결됐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다시 협약을 체결하며 합의점을 다시 찾은 것"이라며 "리쇼어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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