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마지막 카드 "검찰 기소, 시민이 판단해달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태은 기자 2020.06.03 16:48
글자크기
이재용 마지막 카드 "검찰 기소, 시민이 판단해달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 기소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한마디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검찰이 기소할 만한 사건인지 아닌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직접 가려달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본다. 기업 총수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검찰의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이 강수를 내놓자 재계에서는 "검찰권을 남용한 과잉 표적 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8년 말부터 삼성 임원 30여명이 100여차례 검찰에 소환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이미 수사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으로 확대된 상태다.

삼성에서도 장기간 이어진 수사로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반쪽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삼성 관계자는 "오죽하면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이 검찰을 정면으로 반박해 제3자에게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 당시 회계 처리는 불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은 지난 정부에서 여러차례 확인한 뒤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도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분식회계 사건으로 돌변했다"며 "회계학을 잘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마지막 카드 "검찰 기소, 시민이 판단해달라"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을 검찰이 범죄로 예단하고 수사 구도를 짰다는 비비도 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시작 이후에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자 무리하게 수사 기간을 늘리며 유·무형의 피해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 수사가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니라 환부가 나올 때까지 계속 파헤치는 '해부'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상 기소하지 못하면 체면을 구기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기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 부회장이 제3자의 객관적 시각에서 판단해 달라는 취지로 이번 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을 받는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막으려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검찰 산하 검찰시민위원회는 수사심의 신청이 접수되면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길지 결정한다. 검찰시민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열어야 한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기소 타당성 여부를 직접 심의한다.

2018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8건의 사건이 수사심의위를 거쳤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강제력은 없지만 그동안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 결론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린 사례는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에 비공개 출석해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면서 이르면 이번 주 이 부회장 신병처리를 결정하려던 검찰의 계획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