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턴 마지막 열쇠…'최소 마진 20%' 삼성 반도체의 비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5.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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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⑤'스마트'한 기업이 돌아온다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유턴 마지막 열쇠…'최소 마진 20%' 삼성 반도체의 비결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평택반도체 공장에는 특별한 조직이 하나 있다. 축구장 400개 넓이의 289만㎡(약 88만평) 부지에 들어선 반도체 생산라인의 모든 데이터를 제어하는 '사령탑' 같은 조직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이 조직을 DIT센터(디지털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센터)로 부른다.

최종 제품을 출고하기까지 한 달 동안 600여개 공정을 진행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는 1분, 1초를 어떻게 단축하느냐가 곧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DIT센터는 생산공정을 단순 모니터링 하는 수준을 넘어 개발·구매·제조·유통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물류 최적화와 인력 효율화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기업유턴 마지막 열쇠…'최소 마진 20%' 삼성 반도체의 비결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부진의 늪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 올 1분기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어선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노하우를 발판으로 반도체 첨단공정 생산라인을 국내에서도 효율적으로 유지한다.

이는 IT 혁명이 기업 스스로 '있어야 할 곳'을 정하는 시대를 만들었다. 이규봉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 사례는 값싼 노동력의 개발도상국이 아닌 최첨단 기술을 갖춘 선진국에 공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고임금과 생산비용 부담을 피해 해외로 나간 제조공장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의 핵심 카드로 전문가들이 '스마트 팩토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집나간 공장 되돌려라"…'스마트'에 목맨 美·獨·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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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리쇼어링을 추진해온 미국과 독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팩토리 사업에 공을 들인다. 독일은 2011년 제조업에 IT를 결합한 '인더스트리 4.0' 전략과 2015년 스마트 팩토리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리쇼어링의 핵심 키로 활용했다. 2015년 중국·베트남 공장을 독일로 되돌린 아디다스가 대표적이다.

미국도 2012년 제조업 부흥 정책을 바탕으로 GE의 산업 인터넷 전략과 리쇼어링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한데 묶은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가 한창이다. GM과 보잉 같은 미국 대기업들이 자국으로 귀환한 배경에 이런 스마트 팩토리 혁신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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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적시생산체제(JIT), 모노즈쿠리(제조기반) 같은 전통적 생산성 향상 방안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스마트 팩토리를 적극 활용한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개 선진국 모두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고도화, 리쇼어링을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추구한다"며 "스마트 팩토리 기술개발과 인프라 확충, 전문인력 양성에 광범위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전략은 걸음마 수준…2022년까지 2만개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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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마트 팩토리 수준은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생산공정을 단순 제어하는 초보 수준에 그친다. 스마트 팩토리 관련 기술력도 취약해 대부분 외국산 제품에 의존한다. 응용 솔루션 분야도 생산관리시스템(MES), 공급망관리(SCM)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선진국의 70∼90% 수준까지 따라 잡았지만 제품수명주기관리(PLM)나 센서, 로봇 같은 핵심기술은 선진국에 한참 뒤처진다.

스마트 팩토리 관련 장비와 기술 국산화율도 고작 34%에 그친다. 핵심 장비를 비롯한 요소 기술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모든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상당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3만개를 보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할수록 더 뽑는다…고용창출 효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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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팩토리라고 해서 일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단순노무를 로봇에게 넘기고 품질관리, 구매, 유지보수로 생산직 근로자의 업무가 옮겨가면서 스마트 팩토리 관리자처럼 새 일자리가 생겼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는 평일 기준 임직원 4000여명, 협력사 직원 3000여명이 근무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공 받은 상생형 스마트 팩토리 도입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스마트 팩토리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확실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을 분석한 결과 상생형 스마트 팩토리 도입 기업의 50%인 239개사가 평균 2명을 추가 고용했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 레벨3 이상(A형)을 구축한 기업 중 고용을 늘린 곳은 72.1%에 달했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데이터 분석 결과 상대적으로 구축 수준이 높은 기업에서 일자리 증가 효과가 크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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