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허투루 쓴 '일자리사업', 돈 댄 국민은 모른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5.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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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년도 제3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0.5.21/뉴스1(서울=뉴스1)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년도 제3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0.5.21/뉴스1


지난해 정부가 국민에게 걷은 세금 중 일자리사업에 쓴 금액은 21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정부 예산 470조원의 4.5% 수준으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 정부는 노인일자리 같은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고용 안정을 위한 고용장려금, 직업훈련,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 등에 활용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지난해 이렇게 세금을 사용한 일자리사업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4개 부처에 걸쳐 있는 165개 일자리 사업 중 82개가 검증 대상이었다. 취약계층 참여율·반복참여율·고용유지율 등 성과지표와 만족도 조사, 예산 집행을 따져보고 S, A, B, C, D 5등급으로 점수를 매겼다. 낙제점인 D를 받은 사업은 10개였다.



고용부는 D등급 사업에 대해 내년도 예산 삭감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3년 동안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나아지지 않으면 제도 종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C(28개), D등급 사업은 개선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고용부는 성과가 뒤처진 일자리사업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다른 부처 사업도 포함돼 있다 보니 비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고용부 설명도 일부 이해할 수 있다. D등급 사업의 존폐가 걸린 해당 부처 입장에선 명단 공개를 고용부의 간섭으로 여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용부가 평가 권한만 있고 공개 권한은 없다면서 스스로 정부 내 위상을 깎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또 부처를 넘어 국민 입장에서 보면 명단 비공개는 수긍하기 쉽지 않다. 명단 비공개는 국민이 정부에 사업을 꾸릴 종잣돈을 대주고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어서다.

세금을 쏟은 다른 재정사업 평가 결과와 비교하면 '깜깜이 공개'는 더 도드라진다. 가령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18년 78개 핵심사업평가 결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업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급기준 합리화 등이 담겼다. 재정 당국이 이날 발표한 '2020년 기금평가 결과' 역시 성과가 부진한 기금을 공개하고 폐지 및 지출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성과가 도저히 나지 않는 일자리사업은 없애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하지만 저성과 사업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선 안된다. 설사 폐지되더라도 정부는 국민에게 알리고 각계 각층의 조언을 수용해야 개선된 다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혈세가 허투루 쓰인 저성과 국책사업을 감시하는 건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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