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의 '선견지명'? 코로나 잡은 특별연장근로·가족돌봄휴가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5.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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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의 '선견지명'? 코로나 잡은 특별연장근로·가족돌봄휴가


# 의료장비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코로나19(COVID-19)가 발생한 이후 주문이 몰린다. 폐렴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이동식 진단장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장착하는 핵심부품 '디렉터'를 찾는 곳 역시 덩달아 늘어서다. 이 회사는 생산·검사 절차가 복잡한 의료기기 특성상 일이 손에 익지 않은 사람을 새로 뽑긴 어려웠다. 결국 기존 직원과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해 1주 동안 64시간을 일하면서 납기일을 맞출 수 있었다.

'정책은 타이밍'이란 관가의 격언이 있다. 정책이 사회·경제 변화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3월 한국과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맺은 통화스와프가 한 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코로나19로 출렁이던 금융시장은 안정됐다.



이처럼 정책은 대체로 다가올 위기를 미리 예측한 뒤 선제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반면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했다 '대박'을 낸 정책도 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수립된 특별연장근로, 가족돌봄휴가가 대표적이다.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이다.

예상하지 못했는데…우연히 대박 난 정책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정부가 지난달 31일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무기한 연장한 가운데 1일 오전 대전 중구청 한가족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 2020.4.1/뉴스1(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정부가 지난달 31일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무기한 연장한 가운데 1일 오전 대전 중구청 한가족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 2020.4.1/뉴스1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는 지난 1월 31일, 가족돌봄휴가는 지난 1월 1일부터 적용·시행됐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도 지난해 말 예고된 점을 고려하면 모두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세워진 정책들이다. 두 제도는 기업, 노동자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경영, 양육의 어려움을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줬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는 올해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실시를 앞두고 도입됐다. 고용부가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으로 마련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막히자 '플랜 B'로 택한 제도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아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넘는 추가 연장근로(주당 최대 12시간)를 허용한 제도다. 그동안 특별한 사정은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로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됐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지난해 129건 vs 올해 1398건
(이천=뉴스1) 조태형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헌화를 마치고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5.3/뉴스1(이천=뉴스1) 조태형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헌화를 마치고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5.3/뉴스1
고용부는 예측하지 못한 업무량 폭증, 돌발상황 수습을 위한 긴급 조치 등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했다. 코로나19까지 터지자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는 기업은 급증했다.

지난 1월 3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1398건이다. 이 중 코로나19와 관련한 인가 건수는 1142건이다. 마스크 생산업체, 방역업체, 중국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국내생산 증가 업체 등이 주로 해당한다. 지난해 2~5월 인가 건수(129건)와 비교하면 특별연장근로 수요가 크게 늘었음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새로 생긴 가족돌봄휴가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국민에 각인됐다. 기존 직장인은 연간 90일 내에서 가족 질병·사고·노령을 이유로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 고용부는 휴가 사유에 자녀 양육을 추가하고 연간 10일까지 무급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고용부가 가족돌봄휴가 사용자에 대한 소득 감소 보전방안을 내놓자 수요는 확 증가했다. 고용부는 당초 가족돌봄휴가 비용을 하루 5만원, 최대 25만원까지 지원했다. 그러다 활용도가 높자 최대 지원액을 50만원으로 올렸다. 지난 22일 기준 가족돌봄휴가 비용 신청 건수는 15만1233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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