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날린 당·정…장관은 사과 먼저여야 했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5.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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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구직자취업촉진법 및 고용보험법 제·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5.21/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구직자취업촉진법 및 고용보험법 제·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5.21/뉴스1


20일 오후 6시27분. 고용노동부는 이튿날 오전 8시45분 이재갑 고용부 장관의 브리핑이 잡혔다고 출입기자단에 공지 문자를 보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이 장관이 카메라 앞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두 가지였다. 공지 문자 직전 국회를 통과한 국민취업지원제도 법안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 법안이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다.

이 장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고용부 입장에선 잔칫날과 같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출발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부 숙원 법안이었다.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제시한 전국민 고용보험의 첫 단추나 마찬가지였다.



국민취업지원제도·예술인 고용보험 통과…이재갑 "유종의 미"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정회의실에서 열린 '고용안전망 확대를 위한 예술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앞서 정부는 내년까지 특수고용 종사자와 예술인 등도 고용보험을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0.5.14/뉴스1(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정회의실에서 열린 '고용안전망 확대를 위한 예술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앞서 정부는 내년까지 특수고용 종사자와 예술인 등도 고용보험을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0.5.14/뉴스1
두 법안 모두 이 장관이 일부러 브리핑을 마련했을 정도로 의미가 적지 않다. 저소득층 구직자에 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로 2차 안전망이 생겼다. 또 1차 안전망인 고용보험도 예술인을 편입하면서 보호 대상을 넓혔다. 일하는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줄이는 오래된 숙제를 일부 푼 셈이다.



하지만 성과를 알리는데 집중했던 이 장관 브리핑은 아쉬움도 남는다. 국회가 고용부의 또 다른 숙원 법안인 탄력근로제(탄근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근제 법안 불발, 정부·여당도 책임 피할 수 없어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8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마치고 국회 직원이 정리를 하고 있다. 2020.5.20/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8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마치고 국회 직원이 정리를 하고 있다. 2020.5.20/뉴스1
고용부는 올해 50~299인 중소기업까지 넓어진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려면 탄근제 최대 단위기간 확대(3→6개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탄근제는 일이 몰릴 때 오래 일하는 대신 다른 날 적게 근무해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아이스크림 회사처럼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회사는 단위기간이 넓을수록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집중근로시간을 길게 둘 수 있다.


탄근제가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책임은 협상을 손 놓은 정치권에 있다. 지난해 말 탄근제 협상은 미래통합당이 탄근제 최대 단위기간을 1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서 어그러졌다.

정부·여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법, 공직선거법과 달리 탄근제 확대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고용부도 올해 들어 소극적이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1년 부여, 특별연장근로 개편 등을 실시했다고 탄근제 확대 법안을 놓아버린 모양새다.

장관, '안갯속 기업'에 사과했더라면…
(서울=뉴스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은현 디자이너 =
문제는 탄근제 단위기간 6개월이 주 52시간제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제도인지 따져볼 기회가 더 늦춰진 점이다. 또 입법 실패로 코로나19 위기 극복도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영계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일이 몰릴 수 있어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용 안전망 확충으로 우리 사회가 한 발짝 진보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탄근제 법안 불발로 여전히 안갯속을 걷는 기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충격까지 받은 기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장관이 브리핑에서 성과 홍보를 넘어 기업에게 '탄력근로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까지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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