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때리기'에 속도붙는 中 '반도체 굴기'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5.1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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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반도체 생산에 차질 불가피…장기적으론 中 반도체 자급 능력 끌어올릴 수도

美 '화웨이 때리기'에 속도붙는 中 '반도체 굴기'


미국이 세계 최대 통신 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임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악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화웨이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단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의 독자 기술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中 화웨이 반도체 생산 옥죄기
미국 상무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한 개정 수출규정은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조달 통로를 모두 막는 조치로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옥죄려는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5월 미국의 규제로 퀄컴과 인텔 같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부품 공급이 끊기자 팹리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 칩을 설계한 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겨왔다. TSMC가 최근 화웨이 반도체 기술 발전에 1등 공신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TSMC마저 미국의 규제망에 포함되며 화웨이의 반도체 제품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제재는 화웨이와 TSMC 간 협력 고리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기린' 시리즈 등 AP(모바일프로세서) 반도체 설계 능력이 뛰어나다"며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한 축인 화웨이의 반도체 개발이 고립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TSMC는 지난주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14조8000억원)를 들여 5나노(nm·1nm=10억분의 1미터) 규모의 팹을 건설하고 1600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했다. TSMC가 화웨이에 협력한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미국 본토 투자 압력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강력한 중국 반도체 태클 걸기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커 보인다"며 "중국은 미국 기술 없이 반도체 굴기를 계속 하겠단 것인데 잘 된다 하더라도 아주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美에 복수 다짐…中 반도체 굴기 가속화할 수도
중국은 미국에 강력한 보복조치로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반도체 자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미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반도체 기술력을 갖추겠단 의미다.

중국 정부는 17일 자국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SMIC에 2조7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을 위해 SMIC를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SMIC의 미세공정은 14나노미터 수준에 머물러 있어 7나노 이상 초미세공정을 구현하는 TSMC나 삼성전자와는 기술격차가 크다. 다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어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SMIC는 연내에만 43억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기업엔 한국 출신 기술자와 연구자도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4~5년 전부터 자국의 신생 반도체 기업을 펀드 형태로 지원해왔다. 양쯔메모리(YMTC)와 푸젠진화, 이노트론 등의 기술개발과 공장설비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에 내주던 물량을 어쩔 수 없이 SMIC가 맡으며 오히려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굴기가 지연되기보다 더 촉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제재와 중국의 맞대응 결과에 따라 주변국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김 전문연구원은 "반도체가 디스플레이만큼 단기간에 추격할 수 있는 산업은 아니며 중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소비재의 성능은 기존보다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제재에 자극받은 중국이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면 한국 업체들도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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