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1Q 선방에도 반도체 업황 불안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5.0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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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지표인 현물가·DXI지수 한달째 내리막…올해 '제로 성장' 전망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도체 업황 기대감은 갈수록 꺾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본격적 반등 시점을 내년 이후로 늦추는 분위기다.

3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대비 0%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인사이츠는 2021년 시장성장률이 21%, 2022년에는 2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반도체 시장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된 내년 이후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K 1Q 선방에도 반도체 업황 불안한 이유


업계에서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조짐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램리서치가 올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하고 ASML도 최근 올해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국경 봉쇄, 물류 이슈, 출장 제한 등의 문제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반기 모바일과 서버 수요를 좌우할 주요 제품 출시가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시장 전망을 끌어내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오는 9월 출시 예정이었던 애플의 첫 5G(5세대 이동통신)폰인 '아이폰12' 양산이 한 달 가량 늦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코로나19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애플이 올 하반기 생산할 아이폰 물량을 20%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 여름 출시가 예상됐던 인텔의 서버용 아이스레이크 신제품 출시도 연말로 지연되면서 올 3분기 서버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모리반도체 현물시장에서는 이미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 현물가격은 지난달 7일 3.63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3일 3.32달러를 기록, 두 달 전 가격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SK 1Q 선방에도 반도체 업황 불안한 이유
반도체 현물가는 통상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대형 고객사와 거래하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4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물가 추이를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업황을 나타내는 DXI(D램익스체인지 인덱스) 지수도 지난달 초 2만5102까지 올랐다가 이달 3일 2만3049까기 하락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서버를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 제품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코로나19로 북미, 유럽 등의 유통채널 영업중단과 공장 가동 중단으로 스마트폰, PC 등 소비자 제품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이 연초 예상과 달리 본격 반등 사이클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당분간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 2분기 미국과 유럽의 V자 수요 회복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상승의 강도가 3분기부터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낸드는 4분기부터 고정가격 하락 전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메모리 사이클의 정점은 2021년으로 연기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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