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케이바이오, FDA승인 기술력으로 美시장 본격공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0.05.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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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강화된 외감법 탓에 홍역치르고 제2의 도약 준비

편집자주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엘앤케이바이오메드 / 사진제공=엘앤케이바이오메드엘앤케이바이오메드 / 사진제공=엘앤케이바이오메드


2018년 11월 시행된 신(新)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홍역을 치른 상장사들이 적잖다. 엄격한 회계감사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는 기업도 공감했으나, 시행 첫해 회계법인끼리도 혼선이 빚어지며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했다.

직전 회계법인의 조언대로 2017년 재무제표를 작성했다가 2018년에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년 전 재무제표까지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 과정에서 감사의견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생기며 '투명하지 않은 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받은 기업이 상당했다. 미숙한 대응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거나 관리종목이나 투자환기 종목에 지정되는 중소 상장사가 허다했다.

각고의 노력을 쏟은 기업들은 다행히 위기를 타개했고 거래정지나 투자환기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주식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L&K바이오메드(엘앤케이바이오 (7,030원 ▼180 -2.50%))도 이 중 하나다.



엘앤케이바이오 (7,030원 ▼180 -2.50%)는 2008년 설립돼 2013년 코넥스 시장을 거쳐 2016년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업체다. 다양한 척추의료장비 기술을 개발하고 척추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임플란트 제품을 국내와 미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한다.

현재는 태국 등 아시아권과 호주 등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10개 국가에 10여 종의 다양한 척추 임플란트 제품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엘앤케이바이오는 척추 임플란트 주요 부품과 관련해 △KGMP(한국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획득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을 바탕으로 2010년 미국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2016년에는 FDA로부터 세계 최초로 경추부위 최소침습수술 시스템(절개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 인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19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척추 임플란트 핵심 제품 익스팬더블 케이지(Expandable cage)가 FDA 판매승인을 받은데 이어, 같은 달 열린 북미척추학회(NASS, North American Spine Society)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연말 기준 FDA에서 11개 제품 33개 인증을 받았다.

박근주 엘앤케이바이오 사장/사진제공=엘앤케이바이오박근주 엘앤케이바이오 사장/사진제공=엘앤케이바이오
미국 현지에서 수차례에 이르는 의료용 시체시험(cadaveric testing)와 기계시험의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현재까지 200차례 이상의 수술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의 척추임플란트는 퇴행성 척추 질환, 척수 골절, 척추 측만증, 목디스크 등을 수술로 치료할 때 사용한다. 최근에는 문제가 생긴 척추 뼈 사이에 뼈를 이식해 두 개의 뼈를 하나로 합치는 척추 유합술이 많은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척추 임플란트다.

수술과정은 단순하지만 쓰이는 장비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유합술의 경우 문제가 되는 디스크를 제거하고 디스크 공간에 구조물(케이지)을 삽입한 후 고정시키고 나머지 공간에 골유합제를 추가해 상하 척추체(Lumbar Vertebral Body)를 하나로 만든다. 척추경 나사못(Pedicle screw)을 이용해 척추고정술을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케이지를 삽입하기 전에 척추체간 거리를 순차적으로 늘려줘야 했지만 엘앤케이바이오의 익스팬더블 케이지는 환자의 척추 상황에 맞는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절차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



익스팬더블 케이지는 자동차 바퀴를 교체할 때 잭(jack)을 차체 밑에 넣어 원하는 높이만큼 들어 올리는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수술 시간이 단축되고 신경 손상과 출혈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작은 통로를 통해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골유합 수술이 쉬워진다.

엘앤케이바이오가 최근 선보인 제품(AccelFix-XT)은 시장에 출시된 제품들 가운데 가장 단순한 구조로 사용이 쉬우며, 기존 제품들의 문제점이었던 붕괴현상(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현상)과 침강현상(제품을 삽입할 때 뼈가 주저앉는 현상)을 해결한 제품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경추(목), 흉추(가슴), 요추(허리) 등 척추 상단에서 하단에 이르는 전 제품을 풀 라인업(Full Line-up)으로 생산하는 척추유합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스트라이커(Stryker)나 짐머 바이오메트(Zimmer Biomet)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FDA에서 승인받은 10개 품목은 미국 현지법인 에이지스 스파인(Aegis Spine)을 통해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 시카고 대학병원, UC 샌프란시스코 병원 등 미국 주요 78개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직납 병원 외에도 다수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는 제품개발 단계부터 국내외 주요 외과 전문의와 정기적 협의체를 구축해 수술 과정 중 제품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다국적 업체가 주도하는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척추 임플란트 분야의 독자적 기술력과 가격 대비 뛰어난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해왔다.

미국 진출 초기부터 의료진에게 제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 프로그램을 전개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노인 인구 증가와 좌식 생활 습관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비만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척추 퇴행성 질환이 늘면서 척추 임플란트 시장도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 관계자는 "세계 척추 임플란트 시장은 2018년 13조5000억원 규모로 연간 5.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2026년에는 약 18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시장의 84%(2019년 기준)를 미국과 유럽에 기반을 둔 6개 글로벌 의료기기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FDA 승인을 받은 기술력을 토대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앤케이바이오의 익스팬더블 케이지/사진제공=엘앤케이바이오엘앤케이바이오의 익스팬더블 케이지/사진제공=엘앤케이바이오
기술력과 시장성은 갖췄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회사가 회계감사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동안 실적이 급감했다. 2017~2019년까지 매출액은 315억→313억→257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은 74억→82억→97억원으로 늘었다.



회계감사 이슈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외형감소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살 수 밖에 없다. 특히 척추 임플란트 같은 제품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구조를 지니고 있어 매출이 급격히 늘지 않으면 수익성 개선도 늦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과거에는 수술용으로 공급하는 척추임플란트가 다품종이어서 재고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형태와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익스팬더블 케이지 기술이 확보돼 과거처럼 많은 품목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경쟁력은 세계 1위를 자신하고 있으며, 이는 외부 기관들의 평가에서도 반영되고 있다"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선결 과제로 내걸고 체계적인 신제품 연구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자신이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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