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또 무역전쟁까지?…'퍼펙트 스톰' 공포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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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브리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코로나19(COVID-19)의 경제적 충격이 한창인 가운데 2단계 미중 무역전쟁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묻기 위해 1조달러(약 1200조원)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상에 경제 참모들까지 동조하면서다. 세계 경제에 두 가지 이상의 초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백악관 "중국이 코로나 사태 책임져야…관세 등 트럼프가 결정"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나 다른 조치 등 중국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실수였든 고의였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중국의 책임이 크다며 "중국으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 1조달러 규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지 않고 국제공조도 거부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180여개국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중국에 극단적인 벌을 주는 방법은 많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의 상환 의무를 거부하는 방안에 대해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의 신성함'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일축했다. 이 경우 미 국채의 신뢰도가 흔들려 자칫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약 1조달러 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한 중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미 국채를 많이 갖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발원지인 중국에 금전적 징벌을 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뿐 아니라 새로운 비관세 장벽 또는 경제제재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시국에 또 무역전쟁까지?…'퍼펙트 스톰' 공포

美공화당 "중국 정부 상대로 소송 허용"
미 의회에선 미국인들이 직접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중국에 대해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를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론 라이트와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중국이 고의적으로 WTO(세계보건기구)와 다른 나라들을 호도했다"며 중국에 대한 주권면제를 박탈하는 내용의 결의안 6524호를 발의했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따라서 미국 법정에서 중국 정부를 피고로 세우려면 주권면제를 박탈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40개국 1만명의 시민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6조달러(약 7300조원) 규모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인도 변호사협회도 중국에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20조달러(약 2경4000조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이같은 행보는 11월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은 코로나19에 따른 인명피해와 경제적 고통에 대한 분노를 미국인들이 경계하는 적대국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공화당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의 과실을 들추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 판국에 무역전쟁?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관세 등 중국에 대한 징벌적 제재에 착수할 경우 중국의 반발과 함께 2단계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1월15일 1단계 무역합의로 소강 상태에 들어갔던 미중간 무역갈등에 다시 불이 붙는 셈이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으로의 코로나19 관련 의료장비 수출을 미루거나 대미 관세 인상 등을 통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자신들도 코로나19의 피해자라며 팬데믹에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중 무역전쟁 재발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면서 1일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각각 2.6%, 2.8% 떨어졌고 나스닥종합지수는 3.2% 내려앉았다.

D.A. 데이비슨의 제임스 레이건 이사는 "이런 판국에 또 한번의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가 끓어오르고 있다"며 "경기침체 속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바로 관세 등 세금 인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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