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아버지도 잘못 알고 있는 '민식이법'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04.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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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의 PPL] "민식이법 오해 풀겠다"며 잘못 설명한 민식이 아버지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민식이 아버지도 잘못 알고 있는 '민식이법'


4월2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법정 앞에서 지역 언론과 인터뷰하는 민식이 부모./사진= 중부티브로드 뉴스 캡쳐4월2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법정 앞에서 지역 언론과 인터뷰하는 민식이 부모./사진= 중부티브로드 뉴스 캡쳐








“운전자들이 민식이법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이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운전자들을 안 좋게 만들려는 의도로 만든 법이 아니다. 운전자들이 이 법에 적용대상이 되려면 안전 주의 의무를 위반해야 하는데, 그 주의 위반이라는 게 일단은 시속 30km를 넘어야 되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를 사망 또는 상해해야 하는데, 이걸 다 법령에 보면 다 앤드(and), 앤드, 앤드거든요.



이것 또는 저것 또는이 아니라 이게 다 포함이 돼야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에, 물론 신호위반이나 음주운전, 뺑소니는 이런 중과실의 경우는 아무리 30km를 지켜도 포함이 되겠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조건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지난 27일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고(故) 김민식군 교통사고에 대해 법원이 운전자 A씨(44)에게 '금고 2년형'의 실형을 선고한 직후, 법정 앞에서 지역 언론 인터뷰에 응한 민식군 아버지 김태양씨는 '민식이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의 설명은 틀렸다. "시속 30㎞를 넘어야 되고…"라며 김씨는 앤드(and), 앤드를 강조한다. 민식이법 법령에 적힌 항목들을 '모두' 어겨야 민식이법 적용이 된다고 김씨는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민식이법' 시행 한달 넘어도 잘못 아는 사람들
지난해 12월10일 국회를 통과한 지 4개월 반도 넘었고 시행(3월25일)에 들어간 지도 한달이 넘었지만 민식이 아버지 김씨를 비롯해, 민식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 법이 어렵게 구성돼 있는 탓도 있다. 민식이법은 조문 하나, 한 문장만 읽는다고 해석되도록 쉽게 써 있는 게 아니다.

민식이법 해당 조항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은 "자동차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로 돼 있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12조'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를 찾아서 더 읽은 뒤에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를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하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인) 규정 속도 시속 30㎞(학교 앞 도로 폭에 따라 지자체에서 시속 40㎞ 혹은 50㎞로 지정가능)를 준수하지 않거나(or),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할 의무(전방 주시 의무 등)를 위반해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어린이를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민식이법에 의해 가중처벌이 된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 조문.2019년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 조문.
민식이법 처벌 대상은 '속도 위반' 혹은(OR) '어린이 안전유의 운전의무 위반'
다시 말해 크게 둘로 나누자면 ①속도 위반 혹은(or) ②어린이 안전 유의 의무 위반이다.





이 2가지 위반의 경우에 민식이법 적용대상이 돼 가중처벌된다.

결국 민식이법 적용이 안 되는 어린이 보호구역내 어린이 사상(死傷) 교통사고는 △운전자가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and) △전방주시 등 '모든 어린이 안전유의 운전의무'를 준수한(and), 운전자 '무(無)과실' 경우 뿐이다.

그런데 김씨는 아직까지 반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속도 위반에(and) 주의의무 위반(and)까지 모두 갖춰야 민식이법 처벌 대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김씨가 이 법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을 순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그가 민식이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했던 장본인인 '민식이 부모'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비디오XX 유튜브 채널에서 민식이 아버지 김태양씨의 인터뷰 원본내용을 수정했음을 알리고 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일단 민식이법 적용이 되려면 30킬로 이상 속도로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비디오XX  측은 해당 부분을 삭제한 수정본을 하루 뒤 새로올렸다./사진=유튜브 비디오XX 캡쳐지상파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비디오XX 유튜브 채널에서 민식이 아버지 김태양씨의 인터뷰 원본내용을 수정했음을 알리고 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일단 민식이법 적용이 되려면 30킬로 이상 속도로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비디오XX 측은 해당 부분을 삭제한 수정본을 하루 뒤 새로올렸다./사진=유튜브 비디오XX 캡쳐
지상파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비디오XX 유튜브 채널에서 민식이 아버지 김태양씨의 인터뷰 원본내용을 수정하기 전 캡쳐사진. 김씨는 이 인터뷰에서 "일단 민식이법 적용이 되려면 30킬로 이상 속도로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비디오XX 은 해당 부분을 삭제한 수정본을 새로올렸다./사진=유튜브 비디오XX 캡쳐지상파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비디오XX 유튜브 채널에서 민식이 아버지 김태양씨의 인터뷰 원본내용을 수정하기 전 캡쳐사진. 김씨는 이 인터뷰에서 "일단 민식이법 적용이 되려면 30킬로 이상 속도로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비디오XX 은 해당 부분을 삭제한 수정본을 새로올렸다./사진=유튜브 비디오XX 캡쳐
방송사 유튜브 재편집 논란 부른 민식이 아버지의 '틀린' 민식이법 해설
지난 24일 업로드 된 김씨의 민식이법 관련 설명 인터뷰를 담았던 지상파 방송사의 '비디오XX'라는 동영상 뉴스는 독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 '수정 편집'되기도 했다. 그 영상에서도 김씨는 “운전자가 시속 30km를 넘어 사고를 낸 경우에 ‘민식이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속도위반'이라는 요건이 꼭 있어야 민식이법 적용이 되는 것으로 수개월간 오해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법 통과 후 민식이법의 문제점과 부작용 우려에 대해 수많은 보도가 나왔다. 그 보도 중엔 '속도위반'이 민식이법 처벌의 '필수조건'이 아니란 설명 기사도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씨처럼 민식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그런 오해가 유지되는 데엔 불행한 교통사고의 피해자 유족인 민식이 아버지라는 무게감을 갖는 김씨의 반복된 '틀린' 민식이법 해설도 한 몫 하고 있는 듯 하다.


"민식이 부모, 민식이법에 책임감 느껴야"
김씨는 단순한 피해자 유족이 아니다. 직접 여러 방송에 출연해 민식이법을 소개했고, 현직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첫 질문자로 선택돼 민식이법 국회 통과를 울며 호소했다. 국회에도 여러 번 방문해 직접 여야 대표급 의원들에게도 매달리듯 호소한 바 있다.

안타까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못해 그 이름을 빌린 법이 올바르게 쓰이고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랐다면, 김씨는 본인이 그렇게 애쓴 민식이법이 어떤 내용인지 좀 더 숙지할 필요가 있다. 자식잃은 부모를 위로하는 심정으로, 그리고 어린 아이가 학교 앞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을 방치했다는 죄책감에 국민 수십만명이 민식이법 청와대 청원에 동참했다. 민식이 부모는 그 국민적 성원의 무게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민식이법 선한 취지와 가치, 부모 스스로 훼손시키진 않는지…
김씨는 본인의 잘못된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파장을 낳았는 지, 민식이법의 선한 취지와 가치를 그 스스로 훼손시킨 건 아닌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식이 사고를 낸 운전자 A씨가 2년 금고형을 받은 그 날, 김씨는 또 다른 언론 영상인터뷰에서 민식이법 통과를 위해 노력했던 이유를 설명하며 "우리나라 아이들 사망률이 OECD 1위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것 역시 사실과는 다르다.

민식이 아버지도 잘못 알고 있는 '민식이법'
우리나라 어린이 사고 사망률이 낮지는 않지만 OECD 1위인 적은 없었다. 어린이 전체사고 사망률은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자료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3.9명으로 OECD 평균(3.7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순위는 9위다. 비의도적 사고 사망률 순위는 2005년 5위에서 2015년 12위로 7단계 개선됐다. 특히 민식이 사고와 같은 운수(교통)사고는 10만명당 1.2명으로 OECD평균(1.1명)과 비슷하다. 어린이 사고유형별 사망률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던 부문은 '타살'로 3위였다. 타살의 주원인은 부모의 '동반자살'이었다.
민식이 아버지도 잘못 알고 있는 '민식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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