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LG전자에 따르면 생활가전사업을 책임진 H&A사업본부 임직원이 지난달 말 1만1000명 수준으로 1년새 4500명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조직개편과 충원 등으로 인력을 대규모 재편성한 결과다. 생활가전과 밀접한 기반기술연구소와 차세대공조연구소 등 연구개발 조직과 생산·구매 부문처럼 그동안 '별동대'로 분류됐던 조직이 H&A사업본부로 흡수, 재배치됐다.
스마트폰사업부인 MC사업본부에서는 생산라인 베트남 이전 등의 영향으로 인력이 오히려 200명 가까이 줄었다.
실적에서도 성과가 확연하게 눈에 띈다. LG전자 내부에서는 백색가전으로 돈 버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얘기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지난해 LG전자 전체 영업이익(2조4361억원) 가운데 81.9%가 H&A사업본부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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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웃돈 것은 H&A사업본부 실적 호조 때문으로 보인다"며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수익성 높은 신성장 제품군이 위생가전으로 인식되면서 시장 수요가 견조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2016년 말 전기식 건조기를 선보이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건조기 시장을 키웠다. 이보다 앞서 2011년 선보인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도 2017년 이후 판매가 크게 늘면서 의류관리라는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냈다.
업계에서는 2017년 60만대 수준이었던 건조기 시장이 최근 200만대 규모로 커진 것으로 파악한다. 의류관리기 시장도 같은 기간 15만대에서 60만대로 성장한 것으로 집계된다. 초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신가전 시장이 최근엔 세대를 가리지 않는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지난해 혼술족을 겨냥한 수제맥주 제조기를 출시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는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선보였다. 건조기와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에 이어 새로운 전략제품으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신가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데는 무엇보다 그동안 축적해온 가전 노하우와 시장 분석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뒤집어 얘기하면 시장과 고객에 집중하는 기본의 힘이 실적 개선과 인력 증원 등 선순환 효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