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 신뢰가 생명인데…그래도 대기업 참여 못한다?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20.04.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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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2단계 온라인개학이 실시된 가운데 서울 용산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온라인으로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4.16 헤럴드경제 박해묵 기자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16일 오전 2단계 온라인개학이 실시된 가운데 서울 용산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온라인으로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4.16 헤럴드경제 박해묵 기자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교육부가 진행하는 2000억원 규모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구축 사업에 대기업 IT(정보기술) 계열사들의 참여가 최종 무산됐다. 교육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업의 중요성이 큰 만큼 경험있는 IT 대기업들의 사업참여를 허용해줄 것을 3차례나 요청했지만, 이번에도 심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온라인개학 시스템이 초기 잇딴 장애로 비판을 받은 가운데 국가 교육체계를 뒷받침하는 기간 IT시스템마저 경직된 규제로 인해 부실화되는 게 아니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과기정통부 산하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의위원회'는 교육부가 신청한 NEIS 건의 예외적용 안건에 대해 부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차례에 걸쳐 대기업 참여를 요청했지만 반려됐고 최근 세번째 예외신청 역시 같은 결론이 났다. 현행 소프트웨어(SW) 산업법은 공공SW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국가안보와 치안, 신기술 적용에 한해 심의해 예외를 허용한다.

NEIS 복잡성과 영향력 인정하지만 국민안녕 직결안돼…사업차질 불가피
이 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사업의 복잡성과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대기업의 참여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는 공감했다"면서도 "교육부의 신청취지인 예외사항 규정 중 국가안보나 국민의 안녕과 직결된다고 보긴 힘들다는 의견이 제기돼 앞서 이전 심의 때와 마찬가지로 부결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공 SW사업에서 발주처가 3차례나 신청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모두 실패한 것도 전례가 없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심의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아직 최종 확정 전이어서 심의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상 심의위원회 의결은 과기정통부에 통보되면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 확인 뒤 장관이 원안대로 확정한다.

나이스 대국민 서비스/사진=사이트 캡처나이스 대국민 서비스/사진=사이트 캡처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아직 공식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당초 교육부는 대기업 참여를 승인받는데로 상반기중 4세대 NEIS 구축사업을 발주할 예정었으나 3번째 마저 좌절되면서 중견중소IT기업 위주로 사업 추진이 불가피해졌다.


교육부가 대기업 참여를 요청한 것은 전례가 있어서다. 2011년 3차 NEIS 구축 당시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학생 2만여명의 성적을 정정하고 고교생 190만명의 성적을 재검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업자인 삼성SDS가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나마 역설적으로 대기업이 맡았기 때문에 수습과 손해배상이 가능했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었다.

NEIS는 시도교육청과 기타 교육행정기관, 1만 1000여개 초중등 학교와 400여 대학을 지원하는 행정정보시스템이다. 학생 전출입과 진학, 성적처리, 학교생활기록부 등 학사와 교원인사, 학교예산, 회계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시스템으로 사업규모가 방대하고 복잡하다. 이 때문에 중견중소기업이 수주할 규모의 사업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온라인 개학 장애로 곤욕 치른 교육부, "기술력 좋은 대기업들도 참여시켜야"
교육부 관계자는 "반드시 대기업이 하라는 게 아니라 대중소 상관없이 기술력이 좋은 기업을 모두 입찰에 참여시켜 품질높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루는 형태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온라인개학 과정에서 온라인클래스 접속장애와 지연사태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비판이 집중된 것도 교육부를 초조하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 장애가 빈발했던 EBS의 온라인클래스는 애초 사업참여 자격이 없던 IT대기업 LG CNS 기술진이 긴급 투입된 뒤에야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올초 중견IT기업 중심으로 구축된 교육기관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의 경우 개통 초기부터 장애가 빈발해 교육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중견 IT기업들은 대기업 예외사업이 남발되면 중소 SW기업을 육성하는 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올초까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각종 차세대 시스템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자 이들은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온라인 교육대란 직전까지 가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는데 전례가 있는 NEIS마저 그런 사태를 되풀이하고 싶지않을 것"이라면서 "SW 사업에서 중소중견기업을 보호하는 취지는 좋지만 능력범위를 넘어선 항공모함급 시스템까지도 모두 맡기는 게 과연 합당한 지, 그리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상생하는 사업방식은 불가능한 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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