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석유산업 지원금 마련 지시"…유가 띄우기 안간힘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4.2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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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사상 최악의 가격 폭락을 경험하고 있는 석유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상대적으로 채굴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의 줄도산 사태를 막기 위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석유·가스 산업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에너지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이 중요한 회사들과 일자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자금 마련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추가 구매할 것"이라며 "7500만 배럴을 사들이는 걸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원유를 사들이기 아주 좋은 시기"라며 "의회가 이를 승인하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 등에 위치한 전략비축유 저장고의 용량은 약 7억7500만 배럴에 달한다. 전략비축유는 전시 또는 자연재해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저장해둔 원유를 말한다.



전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선 5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유가가 현실화됐다.

그러나 WTI 6월 인도분은 약 20% 떨어지는 데 그치며 20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이날 5월 인도분 WTI 가격의 비정상적인 폭락은 원유 저장 공간이 가득 찬 가운데 선물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빚어진 특수한 현상이다.


원유 등 상품에 대한 선물 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5월 인도분 WTI의 경우 만기일이 21일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면서 미국의 휘발유 및 항공유 수요가 급전직하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원유 생산은 계속 이뤄지면서 WTI가 생산되는 서부 내륙지역의 원유 저장창고가 사실상 포화 상태가 됐다.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전주 대비 1925만배럴 늘었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1100만배럴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결국 당분간 원유 실물을 받아도 저장할 장소가 없다고 판단한 WTI 선물 구매자들이 5월 인도분을 팔고 6월 인도분으로 갈아타는 '롤오버'에 대거 나서면서 5월 인도분 가격의 마이너스 폭락 사태가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간판 앵커인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말 그대로 더 이상 기름을 사서 놔둘 곳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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