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코로나19 감염모델 완성 '초읽기'…내달 초 비임상 투입

머니투데이 대담=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류준영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2020.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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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급 화상인터뷰]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사진=생명연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사진=생명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이달 말까지 영장류(원숭이) 감염모델을 개발한다. 원숭이 감염모델은 다음달 코로나10 치료약물 효능 검증에 바로 투입된다.

이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독려한 것을 계기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신호다. 영장류 실험을 맡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김장성 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갖고 “약물 치료 효과의 빠른 검증을 위해 다음달 초부터 영장류 코로나19 감염모델을 비임상 실험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명연은 사람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 구조를 가진 영장류를 대상으로 치료제의 유효성과 백신 후보를 검증하게 된다. 영장류 감염실험에 투입되는 약물은 안정성이 이미 검증된 약물들이다. 미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승인한 치료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실험이 우선 진행된다. 현재 파스퇴르연구소는 정부 긴급연구자금을 지원받아 2500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세포실험을 진행, 코로나19 치료효능이 있는 복수의 후보 약물을 발굴했다.

통상 치료제 개발에 5년 이상 기간이 걸리지만, 약물 재창출 실험을 통해 빠르면 6개월 내 의료 현장에 투입할 치료제를 찾아내는 게 목표다. 영장류 실험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명연 오창분원은 국내에서 고위험 바이러스에 감염된 영장류 실험까지 가능한 ABL3(동물생물안전3등급)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김 원장과 지난 9일 머니투데이 본사와 대전 본원을 잇는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대전 생명연 본원 집무실에서 노트북으로 화상인터뷰하고 있는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사진=생명연대전 생명연 본원 집무실에서 노트북으로 화상인터뷰하고 있는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사진=생명연
코로나19 실험, 돼지·생쥐 아닌 왜 원숭이인가?…한 번에 18마리 투입·한 마리당 2500만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영장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 들었다. 준비상황은.

▶코로나19 치료에 가장 효능을 보이는 약물을 발굴해 의료 현장에 연구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코로나19 사태 종식과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생명연은 지난 2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보해 현재 오창분원 ABL3 시설에서 바이러스 배양과 정량화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주사가 아닌 코나 기도로 바이러스를 직접 묻혀 코로나 감염 모델을 만든 뒤 비 감염군과 대조해 세포 단위 실험을 진행한다. 이달 말까지 감염 모델 개발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이르면 5월 초 비임상 실험에 투입된다.


-마우스(쥐)가 아니라 왜 영장류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다. 이를 통해 세포 속에 있는 바이러스 수용체(ACE2)와 결합해 몸속으로 침투한다. 침팬지, 고릴라 등 영장류는 인간과 수용체 염기서열(유전정보)이 가장 비슷하다. 기존에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하는 생쥐는 수용체 서열이 달라 감염병을 일으킬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 등에 의해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등 감염력이 높다. 때문에 일반 실험실에선 실험 자체가 위험하다. ABL3급에서만 실험할 수 있다. 생명연 오창 분원은 국내에서 고위험성 바이러스를 영장류에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시설이다.

-실험에 투입되는 영장류 규모는.

▶한 번에 18마리가 투입된다. 이 안에서 몇 개 그룹을 나눠 진행한다. 이를테면 치료제의 경우 한 약물당 5마리씩, 3가지 약물을 한번에 시험할 수 있다. 나머지 3마리는 바이러스만 접종해 약물의 효능을 검증하는 데 사용한다. 또는 A라는 약물을 가 그룹엔 10g, 나 그룹엔 20g, 다 그룹엔 50g씩 용량을 다르게 투여해 효과를 보는 실험도 할 수 있다. 이런 조합은 시험의뢰 회사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원숭이 모델 한 마리당 시험비용이 2500만원에 달한다. 그만큼 연구도 신중하게 진행된다.

-어떤 치료약물들이 영장류 실험을 하게되나.

▶통상 치료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과 3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의료현장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필요하다. FDA에서 승인한 안전성이 확보된 시판약 중 코로나19에 효과적인 약을 찾고 있다. 현재 그런 약들을 화학연구원과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스크리닝(선별검사) 하고 있으며, 대략 17종이 후보군으로 압축됐다. 천식약 알베스코(성분명 시클레소니드)도 그 중 하나다. 외부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약물선정위원회를 통해 우선순위 후보약물이 결정된다. 우선순위가 결정되면 이를 영장류 감염 모델에 주입해 바이러스를 치료하거나 막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비임상실험에 착수한다. 이르면 다음달 초 진행된다.

-영장류 실험기간은 대략 얼마나 걸리나.

▶감염 전 원숭이를 안정화하는 단계, 실제로 감염을 시키고 검체를 채취해 분석하는 과정이 한 사이클이다. 대략 한 달 정도 걸린다. 약물재창출 연구는 이미 허가를 받은 약물을 사용해 안전성이 검증돼 있다. 효과만 증명하면 바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단계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서울 광화문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원에 있는 김장성 생명연 원장과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서울 광화문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원에 있는 김장성 생명연 원장과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피검사 10분 만에 코로나19 진단 원천기술도 확보…韓바이러스연구소 절실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생명연도 진단키트 원천기술을 보유했다는데.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으로 신속 진단의 중요성을 전 세계 모두가 알게 됐다. 우리 진단기업들이 큰일을 해냈다. 생명연에선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유해물질, 마약류 등을 검출하는 기술을 많이 개발해 왔다. 이런 기술력을 토대로 모기 매개 감염병인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신속 면역진단키트를 개발하고 호흡기 바이러스 등에 대한 진단기술을 개발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연구단에서 개발한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젠바디에 기술 이전해 2016년 브라질에 3000만 달러(약 364억원)의 수출계약 성과를 거뒀고, 2018년에는 타미플루 내성 신종플루 진단키트를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부턴 생명연이 주관한 바이오나노헬스가드사업단이 항원제작에 착수했고, 최근 코로나19 진단 항원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충남대학교병원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 항체진단키트가 가지고 있던 민감도 문제를 97%까지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바디텍메드와 항체진단키트 제작을 위한 항원 공급 협약을 맺었다. 이후 환자 혈액에서 코로나19 감염시 생기는 항체를 10분내 진단하는 항체진단 키트 개발에 성공했으며, 바디텍메드를 통해 식약처 수출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는 생명연을 비롯한 한국의 진단기술이 세계에 알려지며 바이오 산업 분야의 글로벌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바이러스 연구소’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과학자 입장에서 왜 필요한 지 말해 달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확실해진 건 (바이러스 속성에 따라)그때그때 다른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바이러스에 대한 공통된 지식, 축적된 연구가 있어야 한다. 그런 준비가 안돼 있다면 표피적 대응밖에 안 된다. 감염병은 이제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인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바이러스와 전쟁을 한다고 보면 적이 구사할 모든 전술을 우리가 미리 파악해 대비할 때 팬데믹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물리칠 확률도 높다. 우리나라는 바이러스 전염병만 연구하는 독립된 연구조직이 없다. 그동안 일부 기관들이 정부수탁사업을 통해 약 3~5년 단기간 연구과제로 진행해 오는 형태였다. 축적된 지식·기술이 부족하다. 다양한 바이러스를 체계적으로 오랜 기간 집중해 연구할 조직이 절실하다. 또다른 이유가 있다. 예전 전염병은 사람한테 오는 감염만 막으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원헬스(One Health, 사람, 동물, 환경 사이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적 접근)’ 개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아마존 파괴로 야생동물 질환이 인간에게 올 가능성이 많아졌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아열대기후 환경에서 살던 모기 매개 감염병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기회도 늘었다. 가축 전염병의 75%는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코로나19도 동물에서 사람으로 온 것처럼 원헬스에 대한 이해 없이는 효과적 방역이 힘들다. 환경파괴 등 전염병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체계 내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전염병 R&D만큼은 한 곳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국제적 정보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할 수 있는 계기였다. 앞으로 감염병 연구 국제컨소시엄 등에 대표성을 갖고 참여하며, 국제적 치료제·백신 개발 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할 기구가 절실하다.

-향후 계획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토종 진단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백신·치료제 분야에서도 기술력 있는 플랫폼과 전문기업이 있다. 효능 있는 물질이 실제로 상용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 물론, 아직은 치료제 등에서 세계적 기업들이 미리 해놓은 역량이 너무 커 단숨에 따라잡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도 감염병에 대한 니즈가 충분히 있고 우리가 확보한 우수한 기술도 있는 만큼 효율적 지원으로 약진할 발판을 마련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생명연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 연구를 한 단계 도약시킬 방안을 구체적으로 짜고 있다. 평상시 연구를 하다 감염병이 창궐하면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즉각 대응할 체계를 만들고 병원 등 연구소 외부기관과 협동연구를 추진해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연구성과를 많이 내놓겠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누구
한국생명과학연구원 김장성 원장/사진=생명연한국생명과학연구원 김장성 원장/사진=생명연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원장은 약 35년간 유전병·감염병 신속 진단, 바이러스·세균 감염병 백신 개발 등 다양한 신약개발 분야에서 전문역량을 쌓아온 생명공학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종양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MD앤더슨 암센터 박사후연구원, (재)목암생명공학연구소 이사를 거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책임연구원으로 합류했다.

김 원장은 특히 암 전이 및 항암제 신약 중개연구 전문가로 꼽힌다. 2009년 국내 최초로 혈관신생억제 항암제 ‘그린스타틴’의 미국 FDA 임상1상 시험 승인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바이오 항암제로는 최초로 국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성과는 항암제 분야 타깃 발굴 기초연구에서부터 대량생산, 비임상 안전성·유효성 검증, 나아가 국제협력을 주도해 국내 신약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우수한 연구성과로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을 수훈했다.

김 원장은 생명연 미래연구정책본부장,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기관 경영 감각을 키워왔다. 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생명의료 전문위원 등을 거치며 우리나라 바이오 R&D(연구·개발) 정책 결정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

김 원장은 원장 취임 후 생명연을 건강하고 안전한 국민의 삶과 국가 바이오 경제를 구현하는 출연연구기관으로 도약시킨다는 포부다. 그는 소통과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행복한 직장 만들기에도 특별히 관심이 많다. 대형 연구성과는 구성원 간 협력과 소통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해야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편, 그는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부회장,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감사, 미국암학회 정회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내·외 과학기술계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약력]△1968년 충남 당진 △서울대 농생물학과 △KAIST 생화학 석사, 종양생물학 박사 △(재)목암생명공학연구소 이사 △미국 암학회 정회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래연구정책본부 본부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생명의료전문위원회 위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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