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동물 감염…우리집 멍멍이·야옹이 안전할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4.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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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의 코로나19 과학리포트]천신갑 코로나바이러스, 어떻게 인간에게 옮겨왔나

편집자주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공유한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말레이 천산갑은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 받지만, 여전히 불법 밀수되어 중국에서 약재와 식재료로 거래된다. [출처: Wikimedia]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말레이 천산갑은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 받지만, 여전히 불법 밀수되어 중국에서 약재와 식재료로 거래된다. [출처: Wikimedia]


수십 년 전, 도시의 큰 한약방에 가면 진열대에 놓인 천산갑(Pangolin) 박제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약재와 보양식으로 소비된다. 세계에서 밀매가 가장 많은 포유동물인 천산갑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중간 매개체)라는 과학적 증거(Nature, March 26, 2020; J. of Proteome Research March 22, 2020)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간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최근 여러 연구진이 ‘연결 고리(Missing Link)’로 천산갑을 지목했다(일부 연구는 천산갑이 병원체 기원인 자연숙주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생동물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긴 숙주의 발견은 코로나-19의 예방과 대응에 필수적이며 앞으로 일어날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천산갑은 포유류지만 특이하게 몸통이 큰 비늘로 덮여 있다. 야행성 동물로 잘 발달한 후각과 긴 혀로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천산갑 종류(현재 8종류가 있다)는 말레이 천산갑(Malayan pangolion)이다. 중국 수산시장에서는 지금도 천산갑을 불법적으로 밀수하여 판매한다. 중국 우한의 수산시장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고 추정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발병이 알려진 이후 판매하던 야생동물들을 모두 제거하고 소독하여 현재는 시료를 채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위적 바이러스 조작설은 잘못된 사실
코로나바이러스는 외가닥 양성-극성(positive-sense single-stranded) RNA바이러스다. 유전자 길이는 26~32kb(kilobase)로 RNA바이러스 중 가장 크다. 전자현미경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관찰하면 가장자리 표면이 왕관이나 태양의 코로나를 연상시켜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명명되었다. 대표적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COVID-19, MERS, SARS)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3종의 특징, 자연숙주, 중간숙주를 아래 표와 그림에 알기 쉽게 설명했다.

코로나19 동물 감염…우리집 멍멍이·야옹이 안전할까?
천산갑 기생 바이러스 연구를 2017년부터 수행한 중국과 홍콩의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자연숙주는 박쥐이며 중간숙주가 천산갑일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림: 고규영(biorender)]천산갑 기생 바이러스 연구를 2017년부터 수행한 중국과 홍콩의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자연숙주는 박쥐이며 중간숙주가 천산갑일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림: 고규영(biorender)]

천산갑에 기생하며 서식하는 바이러스(바이롬, virome)를 연구하는 중국 화난(Shantou)대와 홍콩대의 합동바이러스연구소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0년 3월까지 국제자연보전연맹(ICUN)이 밀수단속에서 확보한 천산갑의 폐와 장, 혈액을 받아 메타게놈 유전체 및 RNA 유전자 분석을 시행했다(Nature, March 26, 2020). 그 결과, 이번에 천산갑에서 새롭게 발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85.5~92,4%정도 유사함을 알게 되었다.

박쥐와 천산갑에 존재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서열을 밝히고, 이들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사이의 유사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바이러스연구실에서 조작하여 에이즈바이러스서열을 인위적으로 삽입하였다는 주장(해당 논문은 게재 철회됨)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스파이크 단백질 공통점이 인간 감염 열쇠
코로나바이러스 막 바깥표면에 돌기형태의 단백질(스파이크단백질)이 촘촘히 달려있는 데 이 스파이크단백질은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에 결합하여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로 빠르게 침투하도록 지지해준다. 이 스파이크단백질이 숙주의 특이성, 선택성, 감염성을 결정한다. ACE2는 사람의 혀, 호흡기, 장내 상피세포막에 다량 존재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천산갑에 공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비교해보니 바이러스 감염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단백질의 주요 아미노산이 거의 같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와 사람에게 전파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 수용체 결합부위(RBD·Receptor Binding Domain)를 분석한 결과, 중요한 아미노산 서열 유사성이 97.4%에 달했다. 특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미노산 5개가 동일했다.(반면,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경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아미노산 한개만 동일하다). 숙주세포에 달라붙고 침투하는 바이러스 주요부위 아미노산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천산갑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왔을 것이라는 추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에서 ACE2가 결합하는 부위를 보면 상당 부분이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서열을 갖는 반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다른 서열을 갖고 있다(노란색). 흰색은 스파이크단백질에서 ACE2와 결합하는 부위 중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모두 같은 서열을 갖는 곳이다, 파란색은 ACE2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단백질 RBD와 결합하는 부분이다.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에서 ACE2가 결합하는 부위를 보면 상당 부분이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서열을 갖는 반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다른 서열을 갖고 있다(노란색). 흰색은 스파이크단백질에서 ACE2와 결합하는 부위 중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모두 같은 서열을 갖는 곳이다, 파란색은 ACE2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단백질 RBD와 결합하는 부분이다.
유전자재조합으로 전파력 강해진 듯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은 뒤 잘리는 스파이크의 특정 부위(furin-like S1/S2 절단부위: 숙주세포의 퓨린 단백질에 의해 절단되어 바이러스 껍질 안의 유전자를 세포 내로 주입)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단백질에서만 발견된다. 천산갑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동안 유전자재조합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숙주세포 수용체와 강하게 결합하는 스파이크단백질의 특징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천산갑, 천산갑에서 사람, 사람과 사람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자연유전자재조합으로 전파력과 증상 모두 강력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쥐에서 천산갑으로 옮겨간 바이러스가 돌연변이(그림은 C 염기서열이 G로 변한 것으로 가정)나 RNA 재조합(빨간색이 파란색으로 바뀐 부분이 재조합으로 획득한 RNA부위임을 가정한 예시) 등을 통해 전파력이 강해진 것으로 추정된다.박쥐에서 천산갑으로 옮겨간 바이러스가 돌연변이(그림은 C 염기서열이 G로 변한 것으로 가정)나 RNA 재조합(빨간색이 파란색으로 바뀐 부분이 재조합으로 획득한 RNA부위임을 가정한 예시) 등을 통해 전파력이 강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RNA형 바이러스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RNA에 담고 있으며,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난다. RNA 게놈의 복제과정에서 실수로 일어나는 돌연변이 외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의 유전자재조합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Lai, et al., 1985; J. Virol. 56:449). 돌연변이는 염기 몇 개가 바뀌는 수준이지만 유전자재조합은 유전자가 새롭게 구성되는 만큼 염기가 유전자단위로 크게 바뀌거나 삽입된다.

유전자재조합은 유전정보를 섞어 생명체에 다양성을 부여하는데 생식세포 분열과정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은 숙주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아마도 천산갑을 감염시킨 코로나 바이러스가 개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나 유전자재조합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새로운 숙주로 전파되어 개체를 증식할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돌연변이에 따른 수렴 진화나 자연적인 유전자재조합에 의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반려동물과 가축은 감염 위험 적지만 주의 필요
아직까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가축, 고양이나 개, 그리고 실험동물들로 교차 감염된 사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벨기에에서 고양이 1마리, 홍콩에서 개 2마리가 감염되었다는 보도로 반려동물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 하얼빈 수의학 연구소가 학술논문 사전공개 사이트(bioRxiv,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양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고 서로 전염시킬 수 있지만 개는 감염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닭, 돼지, 오리 등도 위험도가 낮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결과지만 실험실에서 적은 수의 동물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주입한 테스트이므로 아직 걱정은 이르다는 것이 대부분 과학자들의 지적이다(Nature news, April 01, 2020). 추가 실험과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이 숙주세포와 결합하는 수용체인 ACE2의 주요 부위 서열이 사람과 고양이, 개, 가축 등은 약간 달라서 바이러스와의 결합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안심은 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ACE2의 아미노산 일부가 조금 다른 것이므로 약간의 돌연변이에 의해 반려동물, 가축에도 감염되는 신종·변종 바이러스가 출몰할 확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계통별 감염 연구 또한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바이러스와 감염병 전문과학자를 포함한 여러 분야 생명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수의사, 동물학자들도 참여하여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 감시망을 구성해야 하는 배경이다(Trends in Molecluar Medicine, March 21. 2020).

천산갑 바이러스 인간 탐욕에 경고장?
요즘 한국 드라마 ‘킹덤’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좀비와 전염병, 인간의 탐욕과 권력이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다. 탐욕에 의한 괴물의 탄생, 식인으로 인한 전염, 역병의 공격과 인간의 대처를 보노라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과 묘하게 중첩된다.

천산갑은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천산갑과 공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마치 천산갑을 보호하고,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과 자연 침해에 대해 경고하려고 인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로 재빨리 변신한 것은 아닌지 상상하게 된다. 어찌됐든, 바이러스는 개체수가 훨씬 많은 인간 숙주로 갈아탐으로써 증식하는데 매우 유리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 천산갑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데 왜 폐렴을 일으키지 않는지는 연구해 볼 대상이다.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글=고규영, 명경재, 김호민, 심시보, 편집=IBS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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