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1조 방사광가속기 유치戰…‘춘천·포항·나주·청주’ 출사표(상보)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4.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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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방사광가속기/사진=뉴시스포항 방사광가속기/사진=뉴시스


사업비만 약 1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는 최대 9000여 개. 지역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입장에서 군침을 삼킬 만큼 매력적인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이 본격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9일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공모에 춘천시(강원도), 포항시(경상북도), 나주시(전라남도), 청주시(충청북도) 등 총 4곳이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4개 지자체가 오는 21일과 29일 각각 지질조사보고서, 유치계획서를 제출하면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통해 최종 한 곳이 결정된다.



지능형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R&D 장비
방사광가속기는 흔히 ‘빛의 현미경’이라 부른다. 전자를 가속시켜 만든 극자외선(EUV), X선 등 다양한 빛으로 물질의 구조·특성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 효자상품인 반도체부터 바이러스 신약에 이르기까지 활용범위가 넓다.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공정, 항바이러스 치료제 ‘타미플루’ 등은 방사광가속기를 거쳐 개발된 대표적 상품이다. 장흥태 과기정통부 원자력연구개발과장은 “방사광가속기는 미세공정을 필요로 하는 지능형반도체, 미래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등에선 기본으로 갖춰야 할 장비”라고 설명했다.

막오른 1조 방사광가속기 유치戰…‘춘천·포항·나주·청주’ 출사표(상보)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은 방사광가속기 개발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미국은 22대, 일본은 11대, 독일은 7대의 가속기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주·포항에서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미 노후화가 오랜 기간 진행됐고 사용도 포화상태라서 늘어나는 연구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연구를 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국내 과학자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실험을 하는 실정이다. 이번 신규 가속기 구축은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특히, 신규 방사광가속기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도발로 더욱 중요해진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선도할 장비로 꼽힌다.


또 이를 통해 해외과학자 유치, 선진 연구기관과의 공동R&D 기회 확대 등 추가적 시너지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 방사광가속기 보다 빛의 밝기를 100배 이상 개선한 것이다. 빛을 관찰할 수 있는 실험공간인 빔 라인이 60개 이상인 초대형이다. 기초과학은 물론 반도체·바이오·나노소재 등 신성장 동력 산업발전에 이르기까지 다방 면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업지원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라고도 불린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오는 2022년부터 구축에 들어가 2028년부터 운영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2024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선전포고한 만큼 우리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곧 표심...선거 전략카드 부상
한편, 이번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놓고 정치권 공방도 거세다. 여야가 똑같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카드로 표심 공략 나선 탓이다. 지난 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와 이(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전남에 구축해 호남을 미래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즉각 항의했다.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은 “각 지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가 전남 유치를 약속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충북 도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부지의 특성과 입지조건”이라며 “부지선정의 평가기준은 지난 2월부터 한국연구재단이 실무전문가반을 통해 준비했으며,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통해 검토하고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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