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공익요원 반성문에 재판장 웃음 "안내는게 낫겠다"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20.04.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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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사회복무요원 강씨는 조주빈에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고있다.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사회복무요원 강씨는 조주빈에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고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에게 과거 자신의 담임교사 딸을 살해해달라고 의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 강모씨(24·구속)의 결심공판이 내달 1일로 미뤄졌다. 강씨는 박사방 공범으로 기소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해당 사건과 병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10일 오전 10시30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1월 28일 구속 기소돼 3월 6일 첫 공판이 열렸다. 이후 'n번방 사건'수사가 시작되면서 강씨가 박사방 공범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강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기일 변경을 요청했다. 검찰은 "(n번방 사건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라 결과가 좀 나와야 한다"면서 "오는 13일에는 결론(기소 여부)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합 여부를 다음 기일에 결정한다고 하면서도, 병합 가능성은 낮게 봤다. 검찰이 강씨 뿐만 아니라 조주빈 등 n번방 사건 관련자에 대한 기소를 함께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어떻게 기소를 하는지에 따라 병합하지 않는 게 더 나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미 몇명이 성폭력 관련 재판부에 가 있기 때문에 병합이 적절치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날 재판 시작에 앞서 강씨가 제출한 반성문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반성문을 쓸 꺼라면, 반성문 다운 반성문을 쓰라는 취지다.


재판장은 "이것 가지고는 (웃음) 반성문을 안내는게 더 낫겠다"면서 "(반성문을 보며) '재판장님은 교정기관의 수용자로 수용된 적이 없으시겠지만(웃음)' 아니, 이런 얘길 하면 제 입장에선 조금 (피고인이)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만 고통받으면 문제가 아니지만 제 가족과 지인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셨는데 (피고인이) 원하는 바가 반성하는 태도를 알리기 위한 거라면 생각하고 쓰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강씨 측 변호인은 "최근 집 앞에 기자들이 밤 10시까지 대기하거나 아버님 직장에 찾아오고 해서 현재 다른 곳에 피신해 있는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은 "아니 자신이 어떻게 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지 본인이 자꾸 억울하다는 (모양새를) 취하면 저희로서도…"라며 반성문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강씨는 첫 번째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반성문은 지난 7일까지 총 3차례 제출했다.

그는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7회에 걸쳐 학창시절 담임교사 A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과거에도 A씨에 대한 상습협박 등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출소 후 다시 보복성 협박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A씨에게 '우리나라 법 좋네, 널 죽이면 5년이니까, 사돈에 팔촌까지 다 죽이고 심신미약으로 3년 살면 되겠지' 등 무시무시한 협박성 문자를 여러차례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수원시 한 구청 가정복지과 공익요원으로 알려졌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해 A씨와 그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고, 조주빈에게 딸을 살해해달라며 정보를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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