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나노입자 '3D 촬영'…그 뒤엔 '삼성'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4.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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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박정원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서울대 교수). 윗쪽 왼쪽부터 김성인 박사과정 학생, 김병효 박사, 박정원교수. 아래줄 왼쪽부터 강도훈 석사과정  학생, 허준영 박사과정 학생. /사진제공=삼성전자나노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박정원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서울대 교수). 윗쪽 왼쪽부터 김성인 박사과정 학생, 김병효 박사, 박정원교수. 아래줄 왼쪽부터 강도훈 석사과정 학생, 허준영 박사과정 학생.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 입자 연구단의 박정원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를 0.02나노미터(㎚)의 정확도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계에서 난제로 여겨졌던 나노 입자의 표면 구조와 변화 요인을 규명한 것이다. 앞으로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신약 개발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 파급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의 3일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초당 400장 이미지로…나노 입자 3차원 속살 첫 확인
백금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사진제공=삼성전자백금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사진제공=삼성전자
나노 입자는 수십에서 수백개의 원자로 이뤄진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물질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촉매, MRI(자기공명영상) 조영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인다. 머릿카락 굵기의 5만분의 1 정도가 1나노미터다.

나노 입자는 원자 배열을 조금만 변형해도 디스플레이의 색 순도를 향상시키거나 연료전지의 촉매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그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과학계의 최대 관건이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그동안 나노 입자의 크기나 전체적 형상을 2차원 정보로만 관찰할 수 있다는 게 한계였다.

박 교수 연구팀은 나노 입자가 액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회전하는 현상에 주목해 회전하는 나노 입자를 연속으로 촬영할 수 있는 특수용기인 '액체 셀'과 3차원 데이터 구성을 위한 빅데이터 알고리듬(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계산하는 절차나 방법)을 자체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전자현미경으로 초당 4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얻은 서로 다른 2차원 평면 이미지를 3차원 데이터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법을 이용하면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를 0.02나노미터의 정확도로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법을 활용해 백금 나노 입자의 3차원 원자 배열까지 확인했다.

QD디스플레이·연료전지·신약 개발 등 활용 분야 무궁무진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얻는 과정. 나노 입자가 액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회전하는 현상에 주목해 나노 입자를 연속으로 촬영 후 서로 다른 2차원 평면 이미지를 빅데이터 알고리듬을 이용해 3차원 데이터로 재구성한다. /자료제공=삼성전자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얻는 과정. 나노 입자가 액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회전하는 현상에 주목해 나노 입자를 연속으로 촬영 후 서로 다른 2차원 평면 이미지를 빅데이터 알고리듬을 이용해 3차원 데이터로 재구성한다. /자료제공=삼성전자
연구팀은 나노 입자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결정짓는 나노 입자의 표면구조 상태와 변화 요인도 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QD(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색 순도와 휘도 향상에 활용될 것으로 본다. 석유화학 산업과 연료전지 등에서 사용되는 촉매 성능 개선을 비롯해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교수는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 분석 기술은 나노 입자뿐 아니라 단백질 같은 생체 분자에도 적용할 수 있어 새로운 융합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8년 11월 삼성미래육성사업의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았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도 공동 지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가 미래과학기술 연구 지원에 2013년부터 10년 동안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금까지 561개 과제에 연구비 7189억원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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