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제2 이탈리아?' 공포가 찍어누른 주가…다우 4%↓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4.0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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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 '제2 이탈리아?' 공포가 찍어누른 주가…다우 4%↓


뉴욕증시가 급락세와 함께 2/4분기를 열었다. 세계 최대 코로나19(COVID-19) 감염국이 된 미국이 앞서 이탈리아가 겪은 확진자와 사망자 폭증을 경험할 것이란 공포감이 주가를 찍어눌렀다.

연방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이달말까지로 연장되면서 경제적 셧다운(봉쇄)이 실업자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한몫했다.



"美코로나 추이, 이탈리아와 비슷"…부통령의 섬뜩한 경고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73.65포인트(4.44%) 급락한 2만943.5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114.09포인트(4.41%) 떨어진 2470.5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339.52포인트(4.41%) 하락한 7360.58로 마감했다.



CMC마켓의 마이클 휴슨 수석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감염자 증가와 사망률 상승 속에서 주식시장의 바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셧다운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을 주가 하락 원인으로 지목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발병 추세가 사망자 폭증을 경험한 이탈리아와 가장 비슷하다는 섬뜩한 진단을 내놨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 책임자인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러 이유에서 이탈리아가 미국과 가장 비슷한 지역일 수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우리가 그런 예측 모델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이 발언은 코로나19로 미국 내에서 10만~24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TF의 예측 모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또 펜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을 잘 이행하지 않는다면 160만∼22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해 나갈 경우 6월까진 대체로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터널의 끝엔 빛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아주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것"이라며 당분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세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뉴스1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뉴스1
뉴욕주지사 "7월까지 높은 사망률 이어질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1만574명의 확진자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315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날 오후 1시11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0만3608명으로, 처음 20만명을 넘어섰다. 13일만에 20배 폭증하며 중국과 이탈리아의 약 2배로 불어났다.

1월21일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71일 만이고,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선 지 불과 5일만이다. 그동안 미뤄졌던 진단 검사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는 이탈리아 뿐 아니라 스페인(10만2136명) 중국(8만2361명) 등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약 90만명에 달하는 전세계 확진자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 셈이다.

미국내 확진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만3712명이 뉴욕주에서 발생했다. 인접한 뉴저지주가 2만2255명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4361명으로 이미 중국(3316명)을 넘어섰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7월까지 높은 사망률이 예상된다"며 "만약 예측모델이 정확하다면 코로나19 사태는 여름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지표 측면에선 제조업 경기 악화가 확인됐다. 공급자관리협회(ISM)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9.1로 전월(50.1) 대비 하락하며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토대로 발표되는 경기동향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3월 미국의 민간부문 일자리는 2만7000개 줄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감소폭 12만5000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수치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AFP=뉴스1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AFP=뉴스1
'무한증산' 돌입+원유재고 폭증...WTI 0.8%↓
유럽증시도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유럽 제조업 경기의 급랭이 확인됐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9.29포인트(2.90%) 내린 310.77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391.09포인트(3.94%) 하락한 9544.75, 프랑스 CAC 지수는 188.88포인트(4.30%) 떨어진 4207.24로 마감했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217.39포인트(3.83%) 내린 5454.57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제조업 PMI는 2월 49.2에서 3월 44.5로 급락하며 9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원유시장이 무한증산 경쟁에 돌입한 이날 국제유가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미국에선 원유 재고량이 폭증하며 기름값을 내리눌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17센트(0.8%) 내린 배럴당 20.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저녁 8시44분 현재 1.50달러(5.7%) 떨어진 배럴당 24.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량은 전주 대비 1380만배럴 늘어난 4억6920만배럴에 달했다. 2016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한편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좌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非) 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의 증산 경쟁은 이날부터 전면전에 들어갔다.

양측의 감산 협상 결렬로 OPEC과 비회원 산유국의 모임인 OPEC+의 감산 합의가 3월말 종료됨에 따라 앞으로 산유국들은 감산 쿼터에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러시아는 높은 유가가 채산성 낮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러시아 관영언론 타스통신이 전날 미국과 러시아 에너지장관 사이에 국제 석유시장에 대한 생산적 협의가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에 주요 산유국의 증산 경쟁까지 겹치면서 이번 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1050만배럴 줄어든 데 이어 4월에는 187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약 1억배럴임에 비춰볼 때 20% 가까이가 사라지는 셈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올랐다. 이날 오후 3시51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4.80달러(0.30%) 상승한 1601.4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도 강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48% 오른 99.53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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