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전 총리 "아베 그만둬야…거짓말에 질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3.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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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칸아사히' 인터뷰에서, 모리토모 스캔들·벚꽃 스캔들 등 지적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사진=AFP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사진=AFP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사임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31일 발매된 주간지 '슈칸아사히'에 실린 인터뷰에서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 및 관련 결재서류 조작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누가 봐도 (아베 총리가) 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재무성이) 공문서를 고친 것은 아베 총리가 '나 자신이나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나 국회의원도 그만둔다'고 국회에서 말한 데서 시작됐다"며 "국회에서 자신이 관여했으면 그만둔다고 했으니 결국 책임지고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지난 2016년 일본 정부가 오사카의 국유지를 모리토모 사학재단에 감정가 8분의 1 수준의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이 국유지에 들어설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을 맡는 등 재단과 아베 정권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를 거론하며 "아베 총리는 그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거짓말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하면서 상식 밖의 일이 태연히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부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 초청자 명부가 파기된 것에 대해 "'이런 일을 잘도 했구나'하고 질려버렸다"며 "장기 정권으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벚꽃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4월 정부 행사에 지역구 주민들과 지지자들을 대거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인 사건이다.

또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코로나 대책으로 국민에게 수십만엔(수백만원 수준)을 나눠준다고 하는데, 돈을 흩어 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소비세 제로'도 그렇다. 앞으로 소비세는 중요한 재원"이라며 논의 중인 경기부양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재임시절(2001~2006년) 아베 총리를 관방장관으로 발탁하며 힘을 실어줬던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올랐다가 1년 만에 물러나 1기를 마친 적이 있다. 퇴임 후 탈원전 활동에 몰입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원전 재가동 정책 등에 관해 종종 쓴소리를 했으나 아베 총리의 거취까지 거론하면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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