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종가(8만4500원)를 기준으로 하면 수익률 23.2%에 평가 차익만 78억2659만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약 4년 만의 일이다.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선 △지분율 확대 △투자자 불안감 해소 △주식 평가차익 등 1석3조의 효과를 본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54,300원 ▼800 -1.45%) 회장이 자사주 매입으로 큰 이익을 봤다. 김 회장은 이달 23~24일 장내에서 26만6000주를 사모았다고 공시했다. 주당 평균 매입가는 3만2675원이다. 이날 종가(4만8200원)을 기준으로 불과 3~4일만에 수익률 47.5%, 평가차익이 41억원을 넘겼다.
김 회장은 앞선 2008년 10월 금융위기 때(당시 사장)에도 계열사 경영진들과 자사주 20여만 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큰 이익을 본 적 있다.
키움증권 (92,500원 ▼2,500 -2.63%)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회장은 이번 주가하락을 증여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 (15,930원 ▲30 +0.19%)→다우기술 (18,930원 ▼290 -1.51%)→키움증권 (92,500원 ▼2,500 -2.63%)'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우데이타가 핵심인 셈이다.
김 회장은 다우데이터 주식 1556만6105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 94만주를 자녀들이 운영하는 정보기술(IT)업체 이머니에 매각(시간외매매)했다. 매도단가는 5290원, 총액은 49억원 가량이다.

이 밖에 크고 작은 기업들의 오너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중인데 20~24일 사흘 동안 공시된 건수만 집계해도 37개사 주식을 64명이 사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에 입사해 직접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지분은 취약한 사내이사, 차기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모으는 10~20대, 어릴 때부터 부를 축적해주는 10세 미만의 어린아이들까지 급락장을 이용해 자산을 불리는 사례도 있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33,400원 0.00%) 부사장(74년생)은 2~3월에 예스코홀딩스 주식을 4530주, LS주식을 3000주 매수했다. 구 부사장은 올 1월 LS그룹 오너가(家) 3세 중 처음으로 대표이사직에 올랐다가 열흘만에 사임한 바 있다.
구 부사장의 자녀인 구소영(03년생), 구다영(04년생)씨도 예스코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섰다. 두 사람 모두 각각 3300주를 매수했다.
홍석표 고려제강 (18,390원 ▼400 -2.13%) 부사장(79년생)은 3월에 10만6320주를 장내 매수해 총 보유 주식이 288만7980주 (14.44%)로 늘어났다. 홍 부사장은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월 홍 회장으로부터 20만주를 수증받아 지분을 착실하게 늘리고 있다.
박훈 휴스틸 (6,350원 ▼90 -1.40%) 대표(69년생)도 3월들어 1만1108주를 사모았다. 박 대표는 최대주주인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장남이다. 현재 박 대표가 보유한 지분이 3.74%밖에 안돼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회장의 차남인 박지호 신안캐피탈이사도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박 대표와 비등한 수준(3.01%)으로 늘렸다.
고태일 삼성공조 (11,950원 ▼300 -2.45%) 상무(88년생)은 3월에 1만9696주를 장내 매수했다. 고 상무는 고호곤 삼성공조 회장의 장남이다.
윤도준 동화약품 (9,850원 ▼190 -1.89%)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전무(84년생)은 2~3월에 31만2243만주를 대거 사모아 보유 지분이 2%로 뛰었다.
올 초부터 주식을 꾸준히 사모은 양홍석 대신증권 (13,300원 ▼50 -0.37%) 대표(81년생)은 2~3월에 31만1667주를 사모았다. 양 사장은 2014년부터 대표를 역임해왔으나 보유 지분이 8.64%로 적은 편이다.
환인제약 (16,000원 ▼40 -0.25%) 이원범 대표(74년생)도 장내에서 12만9067주를 사모아 지분을 3.27%로 늘렸다.

배종민 문배철강 (3,515원 ▼95 -2.63%) 대표의 아들인 배승준씨(99년생)은 4만주를 매입해 보유 지분이 14.48%로 늘었다. 배 대표(15.05%)에 다음가는 2대 주주다.
전인장 삼양식품 (106,800원 ▲200 +0.19%)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94년생)씨는 2350주를 매수했다. 전 씨는 지난해 9월 삼양식품 해외사업 부장으로 첫 출근했다.
이주환씨(97년생)는 이성엽 에스엘 (35,750원 ▼450 -1.24%) 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1만9000주를 매수했다. 그는 3월에만 15만2794주를 사모았다.
DSR제강 (4,860원 ▼130 -2.61%) 홍하종 대표의 장남인 홍승현씨(91년생)는 6만7482주를 매수했다.
LS (82,800원 ▼1,700 -2.01%)는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을 비롯해 올해 9살인 정유정씨(12년생)까지 친인척 15명이 대거 주식을 사모았다.
윤경립 유화증권 (2,440원 ▼10 -0.41%) 회장의 아들 윤승현씨(89년생)도 이달 중 2만6759주를 장내 매수했다. 윤씨는 윤 회장에 2대 주주(4.65%)다.
0~10대도 대거 사모아 이번 급락장에서 가장 어린 주식매수자는 홍지호(18년생)씨였다. 홍 씨는 홍재성 제이에스코퍼레이션 (12,470원 ▼60 -0.48%) 대표이사 회장의 손주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해 지분을 3만5000주(0.26%)까지 늘렸다. 홍유주씨(14년생)도 마찬가지다.
홍 회장의 자녀인 홍송희(91년생)씨는 같은기간 장내에서 7만주를 매수했다.
양성아 조광페인트 (6,860원 ▼50 -0.72%) 대표의 친인척인 강민재씨(12년생)은 1만6330주, 이세인씨(06년생)는 1만9850주를 매수했다. 김용민 한국내화 (3,985원 ▼5 -0.13%) 대표의 아들인 김호중씨(07년생)는 한국내화 주식 12만5000주와 후성 주식 8만7000주를 매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주가가 청산가치 이하로 빠지면서 상장사 오너들의 자사주 매입이 봇물 터지듯 진행되고 있다"며 "지분확대를 나쁘게 볼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