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돌리고 입금 보채고…마스크 판매자, 중고나라 그놈 같은데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정경훈 기자, 임찬영 기자, 김남이 기자, 이태성 기자 2020.03.19 05:00
글자크기

[서민 울리는 '마스크 사기'](종합)

"마스크 살게요" 연락했더니…'SNS 경고'가 떴다
'마스크 판매 사기'를 당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마스크를 판다며 돈을 받아간 A씨는 사흘째 연락 두절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구하려는 간절함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분한 마음이 더하다

.



'코로나 19' 확산 후 마스크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경찰이 내·수사를 진행 중인 것만 3000건을 넘어선다. 피해금액은 몇천원에서 몇천만원까지 다양하다. 마스크 불법·사기 판매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이 직접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해봤다.

◇입금 재촉하는 판매자, 돈 보내자 '연락 두절'…사라진 6만원



말 돌리고 입금 보채고…마스크 판매자, 중고나라 그놈 같은데


지난 16일 중고거래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확인된 3명의 판매자에게 "마스크 파시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10분 내로 답변이 왔다. 판매자들은 KF94 마스크와 천 마스크, N95 의료용 마스크 등 각기 다른 종류의 마스크를 거래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각각 1장당 2400원, 1500원, 4000원 순이었다.

A 판매자는 KF94 마스크를 장당 2400원, 최소 배송 단위는 1박스(25장)로 6만원에 팔았다. A는 찾는 사람이 많다며 마스크 색상을 비롯해 배송 소요 시간 등을 설명했고 마스크 수백 장을 늘어놓은 사진을 보내며 설득에 나섰다.

연이은 질문에도 그는 말끝마다 "몇 장 구매할 거냐"며 재촉했다. 1박스를 사겠다고 하자 보통 4박스(100장)를 산다며 고액거래를 유도했다. 6만원을 입금하고 주소를 보내자 그는 "발송을 한 번에 모아 하는데 나중에 운송장을 찍어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이후 A는 "언제 보낼 예정이냐"는 질문을 읽고도 답변하지 않은 채 잠적 중이다. 하루 뒤 "연락 없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그가 인터넷에 올린 수십개의 판매글도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전형적인 SNS 마스크 사기 수법이다. 지난 15일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2월부터 5주간 신고된 마스크 온라인 구매 피해 948건을 분석한 결과 313건(33%)이 판매자와 연락이 끊겼다.



사기범들은 주로 주말에 배송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주말을 앞두고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 수금을 완료하면 배송이 지연된다고 설명하고 도주하는 방식이다.

◇"어디 번호와 상관되는 일이 않입니다"…해외 '사기' 작업장도

말 돌리고 입금 보채고…마스크 판매자, 중고나라 그놈 같은데




'양심판매'라는 B판매자에 연락하자 SNS로 경고 문구가 왔다. 그의 SNS 가입국이 미얀마로 "금전 요구 등으로 인한 피해를 주의하라"는 경고였다.

'왜 미얀마 번호냐'고 질문하자 "어디 번호와 상관되는 일이 않입니다…"라는 어색한 말투의 답장이 돌아왔다. "마스크 이렇게 대량으로 받아서 따로 나가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해되시나요?"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B는 사장님이 어렵게 마스크를 구했으며 회사는 서울 강북에 있다고 해명했다.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미얀마 유심칩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베트남의 유심칩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식이다.



B는 국산 N95가 10장 담긴 박스당 4만원, 5박스부터 배송할 수 있어 사실상 20만원을 요구했다. 기자의 핸드폰 번호, 이름, 주소를 받아야 송금할 계좌번호를 주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에 신고된 사례 중 해외 거래처에서 구매해 피해를 본 이들도 많다. 사기꾼은 국내 쇼핑몰의 사업자 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무단 도용하는데, 서버가 해외에 있어 피해 구제도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청과 경찰서에 수사전담요원을 지정 운영해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범행 수법은 중고거래 사이트, 맘카페, SNS 등에서 대량 판매한다고 속여 돈만 받은 경우가 가장 빈번하다"고 말했다.



정한결, 김남이 기자

"의심은 했다" 나도 당할 수 있는 마스크 사기, 수법은
"부모님 드릴려고 주문했는데, 사기였어요."

마스크 사기 피해자는 대개 '약한 고리'를 갖고 있다. 피해자들은 약국 갈 시간이 없어서, 고령 가족이 있어 급한 마음에 온라인 익명 판매자들을 찾았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의심이 들었지만 주문을 했고, 사기를 당했다.



◇"배송비까지 선입금했지만…" 돈 잃고 창업까지 접은 마스크 피해자들

마스크 공적판매처인 농협이 전국 2219개 하나로마트를 통해 마스크 70만 매를 공급하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로마트 서대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사진=뉴스1마스크 공적판매처인 농협이 전국 2219개 하나로마트를 통해 마스크 70만 매를 공급하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로마트 서대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사진=뉴스1
마스크 사기 피해는 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네이버 밴드 등 일시적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진다. 없는 물량을 있다고 속여 돈을 빼가는 마스크 사기꾼들은 주로 소액 판매를 통한 범죄수익을 노린다. 대량 구매를 위해 1000만원을 이상을 주문했다가 떼인 경우도 있다.

직장인 A씨는 열흘 전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자신을 판매자라 밝힌 개인에게 6만3000원을 보냈으나 마스크를 배송받지 못했다. A씨는 "장당 2000원에 30장을 사기로 하고 배송비까지 선입금했으나 30분 뒤 판매자와 채팅방이 사라지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A씨는 오픈채팅방 판매자가 사기꾼일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뒀으나 당했다. 그는 "뉴스를 보고 사기가 많다고 알고 있었고 직거래도 아니다보니 의심은 했다"면서도 "부모님이 사람과 접촉 많은 일을 해 혹시나 하며 샀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씨(31)도 가족이 쓰려던 마스크를 사려다 피해를 입었다. 이씨는 "아내와 67세 부모님이 동거하는 4인가구"라며 "110장을 22만원에 배송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사진을 보내길래 믿고 입금했는데 입금 후 연락 두절됐다"고 전했다.

1000만원이 넘는 사기 피해도 있었다. 얼마전 새로 쇼핑몰을 차렸다는 C씨는 "업체 사칭 피해로 1650만원을 잃었다"고 밝혔다. "의류만으로는 매출 내기 힘들어 KF-94 마스크라도 공장에서 싸게 공급받아 저렴하게 판매해볼 생각이었다"며 "막 창업했는데 일을 접어야 할 판"이라 덧붙였다.



C씨는 "계약금의 42%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입금했지만 해당 업체도 없었고 원래 1일에 오기로한 물량도 안 왔다"고 말했다.

◇"급한 마음에"… 의심해도 당한 마스크 사기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튿날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마스크 5부제 시행 이튿날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사기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구매 전 의심은 했지만 혹시나 해서 입금했다"고 털어놓는다. 평소 사기 소식을 접하고 경계하고 있어도 혹해 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피해자들은 "선입금을 유도하는 사람은 거의 100% 사기꾼"이라 전했다. 또 "신원이 정확하지 않은 사람에게 살 때는 직거래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라"며 "물어보면 종적을 감추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직거래라고 해도 안심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사람을 불러내 다른 범죄로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기를 당할뻔 한 D씨는 "마스크 판매하는 채팅방에 들어갔는데 경매에서 짜고 치고 값 올리듯 마스크 값을 올리는 유형도 있다"며 "100만장 단위로만 판다고 해서 소량은 안되냐고 물어보면 답장이 없거나 얼버무린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사진 같은 증거를 보여줘도 의심해 보는 게 최선"이라 말했다.



마찬가지인 김모씨(20)는 "번개장터에서 개인이 1000장을 입고해 900원에 판다고 해 혹했다"면서도 "마스크 사진을 받았지만 '현재 거래처에서 오고 있다'는 등 모호한 대답을 해 구매를 안했더니 나중에 사기꾼이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마스크 사기' 거르는 방법? 주말에 싸게 올라오면 일단 의심
마스크 판매 사기는 '마스크를 일단 사야한다'는 소비 심리를 이용한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전국민이 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사기 대상은 바로 ‘당신’이 될 수 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8일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사람 심리가 '일단 마스크를 사야 한다'는 결론에 맞춰져 있다"며 "어떻게든 마스크를 사야 할 것 같으니 점점 '나는 사기 안 당할 거야'라는 생각이 확고해지면서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마스크 사기 방식은 △인터넷 사이트에 판매 광고를 하고 돈만 가로채는 방식 △제조업체나 제조업체 관계자를 사칭하는 방식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속이는 방식 △마스크 구매 관련 보이스피싱 방식 등이 있다.

①카카오톡·텔레그램 오픈 채팅…익명 거래를 조심하라



사진=임종철사진=임종철
마스크 사기 거래는 주로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이용한 채팅을 이용한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경찰 추적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기꾼은 마스크 판다는 내용의 글을 수십건을 올리고 피해자가 걸리기만을 유도한다. 이들은 피해자 문의가 오면 마치 마스크가 금방 품절될 것처럼 행동해 빠른 결제를 유도한다. 피해자가 오래 생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경찰은 판매자가 정확한 실명 등을 밝히지 않고 진행하는 거래는 특히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보유하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사진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또 시세보다 너무 저렴할 경우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전한다.



핸드폰 번호 등을 요구해 직접 전화해 판매자와 물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직거래를 하자고 요구하는 것도 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②송금 전에 사기 이력 검색하기...'더치트'·'사이버캅' 활용

/사진=뉴스1/사진=뉴스1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받으면 우선 사기 이력이 있는지 검색해야 한다. 사기피해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와 경찰청 사이버 안전지킴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같은 번호가 사기에 이용된 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판매글을 다양한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거도 방법이다. 같은 판매 글이 여러 곳에 수십개가 올라와 있으면 조직적인 판매를 한다는 뜻인데 불법일 수 있다. 정부는 마스크를 3000개 이상 유통하면 온라인 신고를 하도록 했다.

특히 주말에 판매 글이 집중된 경우는 의심해야 한다. 토, 일은 배송이 힘들다는 이유로 우선 돈만 받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배송이 사기라는 것을 알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사기꾼들은 돈만 챙긴 뒤 흔적을 지운다.

③"마스크 대량으로 살 수 있는데 돈 좀…", "마스크 결제 승인"...스미싱의 위험



/사진=뉴스1/사진=뉴스1
최근에는 문자와 카카오톡 등을 통한 스미싱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인척 위장해 마스크 구매하려고 하는데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방식이다.

‘대량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알았는데 당장 돈이 없다’, ‘마스크를 사려고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해당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을 꼭 해야 한다. 빌린 핸드폰이라며 통화를 거부하면 즉시 대화를 중단해야 한다.

마스크 구매가 결제됐다며 문자를 보낸 뒤, 취소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있다. 또 재택근무 환경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지시사항’ 등의 이름으로 악성코드가 설치된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



대금결제 등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 메시지는 즉시 삭제한 것이 좋고, 스미싱에 대비해 최소 3시간 뒤 입금되는 ‘지연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메일은 수신자의 이름, 메일주소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사기라고 판단되면 즉시 신고...경찰 총력 대응

모든 마스크 범죄는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가까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 국민 불안감을 악용한 마스크 판매 사기에 대해서는 지방청과 경찰서에 ‘수사전담요원'을 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보이스피싱 사기로 송금·이체한 경우에는 해당 은행 고객센터나 경찰·금융감독원에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이 교수는 "돈을 입금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행위는 사기 범죄의 단골 수법"이라며 "개인이 조심해도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 사기꾼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정경훈, 김남이 기자



가짜 KF94 팔아 수억씩 챙긴 '그놈들'…마스크 사기, 이렇게 했다
'마스크 사기꾼'이 판을 친다. '코로나19' 확산을 노린 마스크 사기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알고도 당하는 피해자가 속출한다. 전문가들은 공적 판매처를 우선 이용하고,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스크 사기 수법도 다양 … 매크로 프로그램 · 포장만 KF94

말 돌리고 입금 보채고…마스크 판매자, 중고나라 그놈 같은데
서울 송파경찰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스크를 대량 구매한 후 웃돈을 얹어 판매한 A씨 등 1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스크를 대량 구매한 후 구매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취득한 혐의다. 이들이 구매한 마스크만 해도 10만여장에 달한다.

지난 16일에는 폐기용 마스크를 정상 마스크로 속여 판매한 일당 8명이 사기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소유하고 있는 공장을 통해 폐기용 마스크를 KF94 마스크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 3명에게 11억5000만원 상당 피해를 준 혐의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마스크 생산업체에 착신전환을 유도해 수억원을 챙긴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한국전력공사 명의를 도용해 회사 전화를 인터넷 전화로 착신전환하도록 유도했다.



일당은 마스크 구매를 위해 회사에 전화한 고객들로부터 'KF94 마스크' 25만여개를 주문 받아 3억2700여만원을 챙겼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한 마스크 사기 행각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마스크 1800여장을 245만원에 판다는 허위 글을 올린 후 24명으로부터 2023만원을 받아 챙긴 30대 남성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처럼 마스크 대란을 악용한 마스크 사기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2월부터 5주 동안 마스크 구매 관련 사기 건수만 313건에 달했다.



◇마스크 사기 막으려면 … "다급한 마음 내려놓아야"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튿날인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마스크 5부제 시행 이튿날인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마스크 사기 피해가 계속되자 서울중앙지검 코로나19 법률상담팀은 지난 13일 마스크 관련 사기 범죄 대처 및 구제방안을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사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마스크 구매 시 되도록 공적 판매처를 이용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트를 통해 검증된 마스크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판매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구매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기꾼들은 처벌에 대한 위화감이나 두려움보다 범행을 저지르고 한몫 챙기고 달아나려는 심리가 크다"며 "마스크를 빨리 구매하려는 다급한 마음을 노리고 사기 행각을 벌이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이용하거나 사전에 판매자 정보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 역시 위장업체 등 사기 의심 업체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피해에 대한 신고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수사해 피해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찬영 기자



마스크 48장과 3분 카레…감동 놓고간 '마스크 의인들'
#지난 15일 오전 1시30분쯤 부산 동래구 충렬지구대에 한 시민이 몰래 쇼핑백을 두고 갔다. 쇼핑백안에는 마스크 48개와 ‘3분 카레’ 등 간편 식품이 들어 있었다. 시민은 ‘내 능력으로 도울 수 있는 한계입니다. 힘들 네(내)세요’라는 쪽지를 남겼다.

‘무명의 마스크 의인’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19’로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자 이를 이용한 사기꾼이 판을 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자신의 몫을 나눠주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 동래구 충렬지구대에 한 시민이 남기고 간 쪽지의 모습(왼쪽). 시민은 마스크 48장과 간편 식품을 두고 사라졌다. /사진=부산지방경찰청지난 15일 부산 동래구 충렬지구대에 한 시민이 남기고 간 쪽지의 모습(왼쪽). 시민은 마스크 48장과 간편 식품을 두고 사라졌다.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지난 15일 낮에는 40대 남성이 부산 사하구 장림파출소를 방문했다. 평소 고생하는 경찰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자신이 사용하려고 모아뒀던 마스크 61장을 두고 갔다. 같은 날 부산 광민 지구대에는 한 여성이 수제 면마스크 11장을 봉지 담아 출입문에 걸어두고 갔다.



부산 지역에서는 지난 13일 지체장애인의 마스크 기부 소식이 전해진 이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당시 한 지체장애인이 신호파출소 앞에 마스크 11장과 편지를 한통 두고 사라졌다.

편지에는 ‘저는 여기 바로 앞에 근무하고 있는 지체 3급 장애인입니다.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가 많아서 조금 나누려고 합니다. 부자들만 하는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용기를 내서 줍니다. 너무 작아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대구에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1시 대구 안심지구대에 한 여성이 방문해 “서울에 사는 가족이 보내준 마스크를 함께 나누고 싶다”며 마스크 30장을 주고 떠났다.



지난 14일에는 경기 김포에서 자원봉사온 20대 남성이 직접 차를 몰고 대구 관내 파출소 4곳을 돌며 마스크 1000장, 보호복 44벌, 보호경 178개 등을 기부했다. 남성은 “최일선에 직접 주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마스크를 전달했다.

지난 15일에는 한 남성이 경기 김포 장기지구대에 마스크 255장를 몰래 두고 떠났고, 다음날 서울 잠실지구대에 마스크 52장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이 기부한 마스크는 관내 마스크가 필요한 소외 계층이나 의료시설, 행정복지센터 등에 전부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80%는 공적마스크, 나머지 20% 어디에?
국내 마스크 생산 물량의 80%는 공적 마스크로 유통되고 있다. 나머지 20%의 마스크만이 주 1회 인당 2매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사기범들이 고객들을 끌어들일 때 언급하는 수법이기도 하다.

'공적 마스크'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일각에선 '사적 마스크'로도 불리는 이 물량은 사실상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업계에서는 전한다. 비중 자체가 적은 데다 그나마도 기업 등에서 대량으로 구매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찾기 힘든 20%의 마스크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주말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마스크 5부제 시행 첫 주말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18일 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 생산되는 마스크는 약 1100만장이다. 이날 전국에 공급된 공적마스크 수량은 총 848만장. 나머지 210만여장은 기존과 같이 각 소매처로 유통됐다는 얘기다.

수량으로만 보면 적지 않은 물량이지만 일반인들이 찾기 힘든 이유는 뭘까. 우선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감안하면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다.

마스크 도매업체 대표 A씨는 "공적마스크를 제외한 물량은 평소와 같이 쿠팡, 롯데마트, 코스트코 등에 공급하고 있다"며 "다만 물량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에 시중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약사들의 경우에도 이 물량은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약국에 공적마스크가 아닌 마스크 물량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긴 한다"며 "한달에 한번이 될까 말까 한데다가 물량도 적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아직까지 공적마스크를 제외한 물량은 받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격 비싸고 기업 등에서 주로 확보…사기 주의해야

한주에 1인 2장으로 제한되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한주에 1인 2장으로 제한되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 마스크들은 구매 제한이 없는 대신 단가가 비싸다. 정부가 일괄 수매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 마진 등이 붙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공적마스크를 싼 값에 공급하며 업체들이 나머지 20% 물량에 이윤을 더 붙인다는 얘기도 있다.



A씨는 "여러 단계의 유통을 거치는데다가 물량이 적은 만큼 상대적으로 비싸게 유통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마스크들은 대부분 기업으로 쏠린다.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기업이 기존에 체결했던 마스크 구매 계약은 무효가 됐는데, 마스크가 없으면 업무가 어려운 회사들이 이 물량에 의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소매상인들이 이 물량을 대거 확보해 판매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개별적으로 이 물량을 판매한다는 광고에 넘어가선 안된다"며 "사기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20% 물량도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민간 마스크 업자가 공적 판매처(약국, 농협, 우체국 등) 이외로 3000장 이상을 판매하는 경우, 다음날 낮 12시까지 온라인 신고시스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1만장 이상을 판매하는 경우는 사전에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찬영, 이태성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