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봉쇄령' 내린 우한과 이탈리아의 차이점은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강기준 기자, 김수현 기자 2020.03.1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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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AP/뉴시스]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도로에서 한 경관이 밀라노로 진입하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늦추기 위한 최근의 조치에 따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업무상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동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밀라노=AP/뉴시스]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도로에서 한 경관이 밀라노로 진입하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늦추기 위한 최근의 조치에 따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업무상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동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 이탈리아가 내린 초유의 국가 봉쇄령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 중국과 최근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 두 나라가 유래 없는 봉쇄에 나서면서 전염병 확산에 맞선 봉쇄조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국가에 대한 봉쇄조치라는 점에서 범위는 이탈리아가 넓지만 지역내 이동까지 강제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선 우한(武漢)이 더 강력하단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9일 이탈리아는 내달 3일까지 이동제한령을 이탈리아반도 전역으로 확대했다. 6000만명에 달하는 모든 이탈리아인은 허가를 받지 않으면 이유 불문하고 거주 지역을 떠나지 못한다. 이 조치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외출을 제외하고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사실상 '전 국민 외출금지령'으로 평가된다.

다음 달 초까지 이탈리아에선 가족과 만남, 출근과 같은 업무 또는 건강상 필요 등의 사유를 빼고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 모든 지역의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주요 고속도로·국도 등에는 경찰이 배치돼 이동 주민의 자가진술서를 확인하고서 직권으로 이동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폭증하자 '모든 상점 폐쇄'라는 특단의 조치를 또 한번 내렸다. 이 조치로 슈퍼마켓, 식료품점, 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합당한 사유 없이 이동하다가 적발되면 최소 3개월 징역 또는 206유로(약 2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탈리아 내의 대중교통을 중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가 취한 유래 없는 조치가 중국에 비해선 강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있다. 밀라노 대학 감염병 전문의인 마시모 갈리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조치는 중국이 우한에 실시했던 봉쇄만큼 극적이지 않다"며 "정부의 대처가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우한은 인구가 한곳에 밀집해 당국의 통제가 비교적 쉬웠지만 이탈리아인들은 넓게 퍼져 살고 있어 통제가 어렵다"며 더 강력한 봉쇄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한=신화/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홍산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병원에서 9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서 완치돼 퇴원하게 된 여성 완화가 의료진과 포옹하고 있다. 2020.03.10[우한=신화/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홍산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병원에서 9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서 완치돼 퇴원하게 된 여성 완화가 의료진과 포옹하고 있다. 2020.03.10

사회주의 국가 中, 후베이 봉쇄 강력하고 전면적인 조치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 후베이(湖北)성과 우한을 봉쇄한 것은 이탈리아에서 취한 이동금지령보다 강력한 조치로 평가 된다.

지난 1월23일 새벽 중국 정부가 봉쇄령을 내리면서 후베이(湖北)성 최대 도시 우한(武漢)시에는 900만명이 도시에 남겨졌다. 며칠 만에 내려진 봉쇄령에 항공기 편은 중단됐고 이곳을 향하는 주요 도로는 봉쇄됐다. 대중교통은 물론 자가용 운행도 금지돼 도보나 자전거로만 이동할 수 있다. 이 조치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중국은 물론 전세계 역사에도 900만명이 남겨진 도시를 봉쇄한 것은 유례가 없었다. 이후 황강 등 다른 후베이성 대부분 도시로 도시 봉쇄 조치가 퍼지면서 5800만명이 갇혔다. 특히 우한 밖으로 나가는 것은 강력하게 차단됐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우한에서 옆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중국 당국자들이 가로막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선 전면적이고 강압적인 제한 조치도 실시됐다. 외부 뿐 아니라 후베이성 내부의 이동도 통제됐다. 주택단지에 대한 폐쇄조치와 성 전역을 대상으로 외출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우한 내 여러 구(區)에서는 가구당 1장씩 '임시통행증'을 발급하고, 3일에 한 번만 외출을 허용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도기 주중 한국대사관 식약관은 "봉쇄전략은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한군데 모아둔다는 고전적인 방역방식"이라면서도 "현대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이 그만큼 심각한 상태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식약관은 "봉쇄를 진행할 경우 국민들의 생활이 불편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도 어렵다는 부작용이 있다"며 "의료서비스가 포화상태가 돼서 환자들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중국에선 우한 봉쇄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당국은 우한 봉쇄와 더불어 중국 전역에서 40일 이상 사람의 이동을 차단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11일 중국의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공식 통계발표 이후 사상 최저인 15명으로 줄었다. 이중 6명은 중국 외 지역에서 유입된 사례로 중국 내 지역 감염은 처음으로 한자릿수(9명)를 기록하게 됐다.

그러는 사이 우한의 확진자는 4만9986명, 사망자는 2430명이다. 중국내 확진자의 62%와 사망자의 77%가 우한에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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