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사철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썰렁한 가전매장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03.0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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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 가전제품 양판점. 에어컨 성수기임에도 상담 받는 고객이 없다/사진=이정혁 기자서울의 한 대형 가전제품 양판점. 에어컨 성수기임에도 상담 받는 고객이 없다/사진=이정혁 기자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파트 밀집지역의 한 대형 가전제품 양판점. 외벽에 걸어놓은 '3월 결혼·이사·아파트 입주 빅 이벤트'라는 초대형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1~4층 전 매장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소형가전 매장에 서너 명의 손님들이 전부였다.

올해 신제품 에어컨으로 '라인업'을 싹 바꾼 에어컨 매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름 성수기에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 할인 등 혜택이 많았지만 에어컨 매장에는 구경하는 손님조차 한 명도 없었다.



각층 직원용 상담 테이블에는 올해 백색가전 신제품 브로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 뿐 30여분을 기다려봐도 상담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내내 고객 전용 주차장은 텅 비었다. 매장의 한 직원은 "2주 전부터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준 것을 실감한다"며 "주차장은 물론 매장 곳곳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백색가전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결혼·이사철이 겹친 3월을 맞아 가전 판매 예약이 늘어야 하지만 손님들이 매장 방문 자체를 꺼려 타격이 크다. 가전 업체들은 이대로라면 상반기 전체 매출 감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인 백색가전 판매는 아무래도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결혼식과 이사 등을 줄줄이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판매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2~3월에 역대 최악의 판매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가전 시장 규모는 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

지난달 CCSI(소비자심리지수)도 9.6%로 이전 달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이 같은 낙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15년 6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등 일부 주력 제품들은 온라인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온라인 판매량을 공개하진 않고 있지만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생가전 온라인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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