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불러온 엔터업계 위기!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0.03.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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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취소+ 녹화 중단에 피해자 속출

코로나 19로 방탄소년단이 4월 열릴 공연을 취소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진제공=빅히트헨터테인먼트. 코로나 19로 방탄소년단이 4월 열릴 공연을 취소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진제공=빅히트헨터테인먼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풍토 속에 외출조차 삼가니 소비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인다. 결국 실업이 늘고 또 다시 소비가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던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일까?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기본적으로 공연과 행사, 팬미팅 등 스타와 팬들의 ‘만남’을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가 창출되는 데, 코로나19는 이런 만남의 장을 단절시켰다. 게다가 소득이 줄면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위해 가장 먼저 지갑을 열고, 여가 활동에 쓰던 소비를 아끼게 된다. 여기에 한국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주요 국가인 것처럼 대외 이미지가 악화되며 수출 중심 한류(韓流) 산업도 얼어붙었다. "상반기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박살났다"는 탄식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일시적 해외 활동 중단?…"상반기 한류시장은 사실상 끝"

3월 초 기준으로, 한국인 혹은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의 입국을 막는 나라는 80여곳. 이런 흐름 속에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류스타들은 일순간 갈 곳을 잃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을 발표하며 한류 콘텐츠를 찾는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넘치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4월로 계획됐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취소했다. 일찌감치 표가 동나 무려 20만 명이 몰리는 콘서트였다.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으나, 역설적으로 전세계 팬들이 코로나19로 시름하는 한국에 왔다가 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모양새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걸그룹 트와이스는 3월 초 예정됐던 월드투어의 피날레 공연을 포기했다.

한류스타들의 해외 공연 역시 줄줄이 무산됐다. 3월 대만에 열릴 예정이었던 태연, 갓세븐 등의 공연을 비롯해 그룹 세븐틴은 지난달 말 대만 공연 뿐만 아니라 3월 모든 해외 일정을 취소했다. 일본에서 공연과 팬미팅을 계획했던 그룹 동방신기와 레드벨벳 역시 이를 일제히 연기했다.

유명 한류스타들이 속한 연예기획사들이 일찌감치 해외 스케줄을 포기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한류스타의 해외 공연장에는 해당 국가의 팬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달려온 팬들이 한데 모인다. 만약 그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한류스타 뿐만 아니라 한국이 코로나19의 슈퍼 전파자로 분류되며 세계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당장 공연 취소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욕심을 부려 강행했다가 소탐대실하는 형국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은 소나기를 피해가는 심정으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공연을 취소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류 시장이 더욱 몸을 움츠린 이유는 ‘그 다음’ 행보를 내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의 경우 최소한 분기, 반기 단위로 스케줄을 짜야 한다. 단기 계획은 3개월, 중기는 6개월, 장기는 연 단위로 해외 업체와 손잡고 대관을 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사실상 상반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무산됐고, 하반기 해외 일정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3, 4월 공연은 이미 취소 절차를 밟고 있고 5, 6월 공연이나 팬미팅 역시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하반기 계획 역시 코로나19의 확산 추이를 보면서 결정해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대관을 잡기도 어렵고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TV 시청률 상승?…얼어붙은 광고 시장

코로나19의 여파는 TV 평균 시청률 상승이라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을 가져왔다. 대중이 야외활동을 줄이는 대신 TV를 켜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국 관계자들은 정작 "속 모르는 소리"라고 말한다.

TV 평균 시청률 상승은 주로 뉴스가 주도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월말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뉴스 시청률은 한 달 전과 비교해 확연히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으로 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기레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지만, 사회적 불안이 증가할수록 ‘가짜 뉴스’가 활보하는 SNS보다는 TV 뉴스를 통해 얻는 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이 높은 셈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광고 단가가 높고 광고주의 선호도가 높은 예능의 경우 결방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K-팝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무관중 녹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반인 참여도가 높은 KBS 2TV ‘개그콘서트’, KBS 1TV ‘전국노래자랑’과 JTBC ‘한끼줍쇼’, 여행을 소재로 한 KBS 2TV ‘배틀트립’, tvN ‘짠내투어’ 등은 녹화가 중단됐다.

프로그램이 결방되면 방송사는 광고를 제대로 판매할 수 없다. 광고 판매는 통상 월 단위로 진행된다. 2월에 집행되는 광고는 코로나19에 의한 위기감이 고조되기 전인 1월에 판매됐으나, 결방의 여파로 결국 대거 이월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달 판매가 진행된 3월 집행 광고는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예년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상파 광고 관계자는 "경기 전반이 침체되고 각 기업들도 비상 경영을 선포하면서 그들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이는 결국 방송국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프로그램 제작비를 줄여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체가 경색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억대 기부의 이면?…생활고 호소하는 연예인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유명 연예인들은 억대 기부금을 내놓으며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 스타들의 이같은 기부 동참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연예인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대중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 속에서 "힘들다"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끙끙 앓는 동시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다.

개그맨과 가수를 비롯해 전문 방송인들은 프리랜서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없는 이들에게, 일이 없으면 당연히 보수도 없다. 그들은 "3월부터 보릿고개가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예인들의 출연료는 녹화 분량이 방송된 다음 달 입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월 녹화해 2월 방송된 분량의 출연료는 3월에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며 지난 2월 예능 프로그램 녹화가 줄줄이 중단됐지만 그달의 경우 1월 방송 분량의 출연료가 입금됐다. 하지만, 3월부터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개그맨 A씨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신인급 개그맨의 경우 TV 출연을 기준으로 월급 개념의 출연료를 받고 타 프로그램 출연도 제한을 받는데, ‘개그콘서트’의 녹화가 중단돼 3월 이후 기본 생활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대학로 공연으로 근근하게 생활을 이어오던 이들도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뚝 끊겨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가수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이슈가 잠식되는 상황 속에서 새 앨범을 발표해도 별다른 화제를 모이기 어렵기 때문에 앨범 발표 일정을 전면 수정하며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음원 파워가 센 스타들과 활동 시기가 겹치면 방송 출연 기회를 얻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렵기. 결국 적절한 컴백 시기를 잡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대표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불거지면 연예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심화된다. 파이의 크기가 쪼그라들기 때문에 몇몇 스타로 관심이 쏠려 중소 기획사에서 발표한 가수의 앨범은 묻히기 일쑤"라며 "하지만 오랜 기간 시간과 돈을 들여 준비한 앨범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내놓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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