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과 ‘안전’사이…교회 예배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2.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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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회 제외한 개신교 ‘중단 결정’에 미온…“국민의 안전 우선 고려가 그리스도의 교리”

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대명동 신천지대구교회. /사진=김휘선 기자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대명동 신천지대구교회. /사진=김휘선 기자


교회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교회 예배를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권고에도 중단 결정을 못 내리는 교회가 적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원 A(48)씨는 “신천지로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전국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도 교회도 다 손 놓고 있는 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코로나19가 신천지에서 명성교회, 소망교회 등 단체 예배를 하는 교회 중심으로 불이 붙으면서 ‘종교의 자유’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성당 미사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개신교는 몇몇 대형 교회를 제외하곤 아직 예배 중단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총회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교단 산하 교회가 3월 1일과 8일 예배를 가정예배나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같은 날 홈페이지에 "교회는 주일예배를 포함한 성도들 간의 직접 접촉이 있는 모든 모임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주시고, 교회 등의 다중시설을 통한 확산을 막고자 하는 정부의 시책에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차원으로 소속 교회가 주일예배를 하지 않도록 결정한 사안은 아니다. 아직 많은 대형교회가 주일 예배를 고수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코로나19의 확산이 교회 중심으로 퍼지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관심 촉구’와 ‘예방 철저’ 수준의 당부만 건넬 뿐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를 방문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독교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종교 시설인 만큼 더욱 철저하게 예방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27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에서 윤보환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만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독교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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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27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에서 윤보환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만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독교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교회의 주일 예배는 각종 권고에도 불구하고 결정에 주저하고 있다. 명목은 주일 성수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교리라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일각에선 교회 예산의 주요 창구인 헌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학자 A씨는 “겉으로는 예배 중요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명분을 걸지만, 결국 돈과 관련돼 있다”면서 “그리스도의 원래 메시지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일인데, 이 본류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요즘 헌금은 건강상, 일정상 등의 이유로 계좌이체 등으로 송금할 수 있는 사후 제도가 있다”며 “헌금 목적 이외에 ‘우리는 목숨 걸고 예배를 한다는 뿌듯함’, ‘이 와중에 보여주는 개신교의 힘’ 등 다양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대형 교회 중심으로 주일 예배를 포기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 시도는 늘어나고 있지만, ‘전면 중단’ 같은 공식적인 지침이 없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 교회 관계자들은 “‘헌금’이나 ‘단합’ 같은 가치가 ‘안전’을 우선시할 수는 없다”며 “지금이라도 한목소리로 예배 중단을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종교처럼 직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 순수 민간 자유 영역에서는 ‘자제 권고’ 정도 외에 추가적으로 입장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중앙대책본부가 지시하는 사항에 맞춰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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