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는 없다…보좌진들, 한밤중 분노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20.02.2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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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지붕에 눈이 쌓여 있다. 기상청은 이날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12~-11도로 더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0.2.17/뉴스(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지붕에 눈이 쌓여 있다. 기상청은 이날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12~-11도로 더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0.2.17/뉴스


"야당이 보좌진 줄이자고 하면 정부만 좋지" (미래통합당 A보좌관)
"세비 축내는 우리는 칼퇴(정시퇴근)하자" (미래통합당 B보좌관)

26일 저녁 미래통합당 보좌진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진행된 김형오 당 공천관리위원장의 기자간담회에서 '보좌진 축소 서약'이 예고 없이 발표되면서다.



김 위원장은 "향후 국회의원이 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공천장을 주겠다"고 밝혔다.

서약은 국회의원의 월급(세비)을 깎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국회의원을 향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소위 '특권 내려놓기'에 통합당이 앞장 서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예산 삭감을 위해 보좌진 축소도 서약에 넣겠다는 것이다. 줄이는 보좌진 숫자만큼 국회 입법조사처(입조처)와 예산정책처(예정처) 등의 인원을 늘려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 같은 방안이 새로 꾸려질 제21대 국회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비 삭감 등은 총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공약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보좌진들이 느끼는 분노는 상당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원들의 각종 입법, 상임위 활동을 뒷받침하고 지역구 관리는 물론 온갖 당 행사를 도맡아왔는데 쓰다 버리는 소모품 취급을 한다는 울분이다.


수도권 한 미래통합당 의원실의 보좌관은 "여당의 공천결과 발표에 촉각을 기울이며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우리 당 공관위의 발표 내용을 접했다"며 "총선 승리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좌절감과 허탈함에 참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보좌진협의회(회장 이종태 보좌관)도 이례적으로 이날 자정 가까운 시간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대한민국 국회 입법부 보좌진 2700명은 행정부 100만여명을 감시하기 위해 연차나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현실"이라며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주말과 낮밤 구분없는 격무에 노출된 보좌직원들은 오직 자긍심과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쇼잉'(보여주기)이라도 국회개혁을 외치고자 한다면 보좌진을 줄이겠다고 말하지 말고 보좌직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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