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미국인 승객, 미·일 핑퐁게임 시달렸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2.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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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조기 하선 제안 거부…대선 앞둔 트럼프, 코로나19 확산 우려

지난 16일(현지시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미국인 328명을 태운 전세기가 미 트래비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 /사진=AFP지난 16일(현지시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미국인 328명을 태운 전세기가 미 트래비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 /사진=AFP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무더기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타고 있던 미국인들의 조기 하선을 미국 측에 제안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요청과 자국민들의 호소에도 상당기간 미국측은 이를 거부했던 것도 드러난 것이다.

23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당초 미국에 조기귀국을 요청했지만 미국 측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배에는 일본인 다음으로 미국인(380여명)이 많이 타고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일본 측의 제안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이를 최종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를 토대로 승객을 하선시켜 (주일 미군기지인) 요코타기지 등으로 이동할 경우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며 "위생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선내에 계속 머물길 바란다"고 밝혔다.

NHK는 미일 간에 이런 논의가 구체적으로 언제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15일 실시된 미일 실무레벨 교섭 때 일본이 2주간의 격리 기간이 끝나는 19일부터 순차적 하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하자 미국이 이보다 앞선 16일 전세기를 띄웠다"고 전했다.



전세기로 귀국한 미국인 328명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14명의 귀국 소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크게 화를 낸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무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당국이 CDC 방침과는 다르게 환자들을 일단 귀국시킨 뒤 미국 내에서 격리 조치한 것을 두고, 사전에 이를 보고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고위 관리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내게 먼저 보고를 했어야 한다. 내가 최종 결정권자인데 나는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고 WP는 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트럼프의 신경이 곤두서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속적인 지역사회 확산'이 보고됐다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여행권고를 2단계로 상향했다. 1단계는 '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 2단계는 '강화된 주의 실시', 3단계는 '여행 재고', 4단계는 '여행 금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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