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직권남용죄)로 기소돼 지난해 3월부터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현직 법관 8명 중 7명이 1년만인 다음달부터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 임성근(56·사법연수원 17기)·이민걸(59·17기)·신광렬(55·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의연(54·24기)·성창호(48·25기)·방창현(47·28기) 부장판사, 심상철(63·12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광주시법원 원로법관 등이 사법연수원 발령 전 소속 법원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모두 법정에서 '무죄 판결' 받았다.
당시 법조계에선 이번에야말로 직권남용죄의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나올거라며 기대가 컸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자가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일 경우, 직권에 대응해 일을 한 것이 진정 '의무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직권이나 직위 혹은 남용에 대한 직접적인 해석은 없었다.
대법 판단이 직권남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도미노처럼 대기중이던 직권남용 관련 사건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신광렬 등 현직판사 3명에 이어 임성근 전 부장판사도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같은날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를 받은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농단 무죄 판결은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사법농단 1심 논리대로라면 사법행정사무 총괄자로서 강제징용 및 통합진보당 재판에 개입했다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도 처벌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재판 보이콧'을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 전합 판단에 따라) 직권남용 부분을 다시 봐야 한다"며 재판을 돌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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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법원의 '셀프 무죄' 판결에 "법리를 오판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향후 검찰의 직권남용죄 기소가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법원이 직권남용에 대한 더욱 엄격한 판단을 요구하긴 했지만 개별판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으므로써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잇따른 직권남용죄 무죄 판결 속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여론공작을 총 지휘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비선실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등 관련 행위가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것이 뚜렷해 보이는 일부 사건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직권남용죄 판단은 공무원 조직에도 영향을 미친다. 말 그대로 '직권남용죄를 남용'하면 공무원 조직은 얼어붙고, 반대의 경우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직무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직권남용 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가 직권남용의 가이드라인을 보다 구체화해야한다는 요구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