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경찰에게 포위됐다"…우한 고발한 中시민기자 또 실종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2.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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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담은 포대 영상 올린 지 2주만에 갑자기 실종…"인민에 권력을 돌려줘라" 쓴 종이 들어보이기도

팡빈이 올린 영상 중 그가 마스크를 끼고 우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팡빈이 올린 영상 중 그가 마스크를 끼고 우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및 당국 대응을 고발해온 시민기자 한 명이 또 실종됐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저명 비디오 블로거 천추스에 이어 지역 의류판매업자인 팡빈이 갑자기 사라졌다.

팡빈은 평범한 의류업자였지만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우한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담은 영상을 올리며 유명해졌다.



팡빈은 지난 1일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베이지색 승합차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시신을 담은 포대가 8개 놓인 것을 포착한 40분짜리 영상을 찍어올렸다. 그는 당시 영상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영상을 올린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팡빈은 갑자기 실종됐다.

지난 2일 영상에서 팡빈은 당국이 자신의 노트북을 압수하고 해당 영상을 찍은 경위를 캐물었다고 밝혔다. 4일에는 자신에게 질문을 하겠다며 찾아와 집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을 촬영했는데 그가 문을 열지 않자 그들은 그의 집문을 부수기도 했다.



마지막 올린 영상은 지난 9일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NYT에 따르면 이 영상에서 팡빈은 자신이 사복경찰들에게 둘러싸였다면서 '권력욕', '독재' 등을 맹비난했다. 이어 12초짜리 짧은 영상에서 "모든 시민이 저항한다. 인민에 권력을 돌려줘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였다.

팡빈이 찍은 우한 내 병원. /사진=유튜브 캡쳐팡빈이 찍은 우한 내 병원. /사진=유튜브 캡쳐
앞서 우한에서 당국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해오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도 지난 6일 저녁부터 실종돼 일부 중국 내부에서는 비판이 인 바 있다. 천추스는 온라인에 병원과 장례식장, 임시 격리병동 등을 돌아보며 우한의 암울한 실상을 알려왔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수호자(CHRD)'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350명 이상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헛소문을 퍼뜨린 죄"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미디어 전문가 세라 쿡은 NYT에 "중국 당국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기준을 완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이들의 영향력을 입증한다"며 "이처럼 매우 용감한 개인들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저항하고,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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