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대구지하철 참사 트라우마 치료 실마리 찾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2.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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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뇌연구원 후두정피질 역할 규명…“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전략 개발에 도움”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등 국가적 재난을 겪은 일부 생존자들은 배를 못 탄다거나 다른 지역의 지하철조차 타기를 꺼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심각해서다. PTSD는 심각한 사고, 폭력 등을 경험한 이후 반복적인 고통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PTSD 환자들은 처음 사건발생 장소와 비슷한 곳에만 가더라도 트라우마가 재발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고통을 겪는다.

10일 한국뇌연구원 구자욱·이석원 박사 연구팀이 이렇게 또 다른 장소에서의 공포기억이 재발하는 데 후두정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후두정피질은 뇌의 뒤쪽 정수리에 있는 두정엽의 일부다. 공간적 추론이나 의사결정 판단 등 고위뇌인지 기능에 관여한다.



후두정피질의 위치/사진=한국뇌연구원후두정피질의 위치/사진=한국뇌연구원


연구팀은 실험용 쥐(마우스)에게 특정 소리를 들려준 뒤 전기충격을 함께 줌으로써 청각공포기억을 형성한 후, 새로운 환경에서도 같은 소리를 들려줬다. 그 결과,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실험 쥐는 두 장소 모두 똑같은 공포반응을 보였지만, 약물을 처리하거나 빛을 쬐어 후두정피질의 활성을 억제한 실험 쥐는 새로운 환경에서 공포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공포기억이 재발하는 데에는 후두정피질의 활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 이는 지각·생각·기억 등 고등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대뇌피질 중에서도 후두정피질 영역이 공간추론 및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기존 장소에서 공포기억이 재발하는 것은 억제할 수 없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던 후두정피질의 역할을 새로 규명했다”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포증 환자의 공포기억 재발을 막는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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