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가 라임? 환매유탄 맞은 기업, 경영권 뺏기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사무엘 기자, 김소연 기자 2020.02.0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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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이 최대주주에 오르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라임은 환매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초까지 수익률이 높은 전환사채(CB)를 대거 사들였는데, 환매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를 미쳐 처분하지 못한 채 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시점이 오면서, 라임이 최대주주를 뛰어넘는 주식을 보유하게 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라임이 전환한 주식은 시장 매물로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나 아직도 물량이 상당하다. 기존 최대주주 지분율이 떨어지면서 경영권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대주주가 라임? 환매유탄 맞은 기업, 경영권 뺏기나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부터 현재까지 라임이 5% 이상 지분(일부는 전환사채 등 포함)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총 7곳 정도로 확인됐다.

관련 기업(최종 지분보고 기준)은 △블러썸엠앤씨 (1,082원 ▼18 -1.64%)(14.3%) △에스모 머티리얼즈 (120원 ▼70 -36.84%)(16.19%) △스타모빌리티 (100원 ▲27 +36.99%)(41.15%) △슈펙스비앤피 (162원 ▼6 -3.6%)(20.52%) △에스모 (135원 ▼36 -21.05%)(13.76%) △SG (1,565원 ▲16 +1.03%)(9.83%) △대화제약 (10,310원 ▲110 +1.08%)(5.27%) 등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빠져 있는 잠재지분(전환사채 여부에 따라 상이)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 곳 등을 포함하면 총 10곳 가량이 라임 목록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라임이 이처럼 다수의 기업에서 주요주주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은 CB 때문이다.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충분치 않은 자금을 보완하기 위해 높은 수익이 가능한 CB를 대규모로 발행했고 이를 라임이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CB의 매력이 떨어지고, 라임 역시 환매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라임은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비유동자산인 CB를 대거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서 매도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슈펙스비앤피다. PCB(인쇄회로기판) 공정 자동화 설비와 패션, 화장품 사업을 펼쳐왔는데 최근 2~3년간 경영권 매각이 잦았다.

마지막 최대주주였던 트라이덴트는 당초 지분율이 12% 정도였다. 당시 회사는 전환사채(CB)를 크게 발행한 상태였는데 상당수가 라임에 돌아갔다. 이후 라임이 CB로 주식을 전환하면서 라임(미전환사채 포함)의 지분율이 2019년 하반기 한 때 29.6%까지 치솟았다.

CB 전환으로 인해 총 발행주식이 늘면서 기존 주주들에게는 지분율 희석효과가 발생했다. 이 결과 최대주주인 트라이던트는 주식(745만여주)을 팔지 않았음에도 지분율이 절반(12%대→6.76%)로 하락했다.

라임의 지분은 계속 시장에 팔리고 있다.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말에만 수백만주가 매도됐는데 아직도 20%대의 지분이 있다.

동양네트웍스도 비슷한데 라임과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20일 동양네트웍스의 CB 115억원 어치씩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각각 지분 14.5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의결권 확정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30일 와이퀸텟이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 12.65%를 인수해 동양네트웍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달 17일 기준 라임의 지분율은 장내매도 등으로 5.92%로 낮아진 상태다. 3월 정기주총에는 최대주주(연말 의결권 기준)로 참석해야 하지만 현재 지분만 놓고 보면 3대 주주가 된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오른쪽)와 이종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6000억원 규모에 이어 24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를 추가로 중단키로 했다. 2019.10.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오른쪽)와 이종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6000억원 규모에 이어 24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를 추가로 중단키로 했다. 2019.10.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스모머티리얼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최대주주는 씨앤원컨설팅그룹(지분율 18.65%)이었는데, 지난해 12월말 라임이 CB 약 190억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지분율 21.75%로 최대주주가 된다. 이후 추가 전환권을 행사해 연말까지 CB 약 300억원 어치를 주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12월30일 포트코리아의 유상증자 참여로 막판에 최대주주는 다시 포트코리아(지분율 23.61%)로 변경됐다. 지분 희석 효과로 라임의 지분율은 약 17%로 하락했다.

지난달 라임은 10억원 어치를 매도해 지분율은 다시 16.19%로 내려갔다. 전환가액의 절반 수준인 1400~1500원대에 매도하면서 손실율은 50%에 달했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회사 에스모 역시 투자조합 해산, CB전환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공시 상 최대주주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6.9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인데 KB증권이 연말기준 7% 가량을 들고 있으며 라임자산운용도 1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라임이 보유한 에스모 CB를 지분으로 바꿀 경우 13.76%에 해당해 언제든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에스모는 라임이 TRS 계약을 맺은 KB증권도 7.01%, 포트코리아운용도 6.94% 규모의 메자닌을 보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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