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업 정리하는 '투자의 귀재' 버핏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1.3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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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기업 리 엔터프라이즈에 모두 매각…자칭 '신문 중독자' 버핏 "신문업계 도전 직면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AFP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AFP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수익을 못내는 지역 신문 사업을 정리하고 나섰다. 자신을 '신문 중독자'로 칭한 버핏 회장이 그간 애정을 쏟은 신문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버크셔해서웨이는 보유하고 있는 일간지 31개와 주간지 49개를 미디어기업인 리 엔터프라이즈에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1억4000만달러(약 1650억원)이다.



이번 거래는 버핏의 고향 지역신문인 네브래스카주의 일간지 오마하 월드헤럴드, 뉴욕 버팔로 뉴스, 버지니아 리치몬드 타임스 디스패치, 오클라호마 털사월드 등이 포함됐다.

이번 거래의 일환으로 버크셔해서웨이는 리 엔터프라이즈에 연 9%의 이자로 5억7600만달러(약 6800억원)을 빌려줬다. 리 엔터프라이즈는 이 돈으로 신문사 인수 비용을 지불하고 기존에 있던 부채 4억달러(약 4740억원)를 모두 차환할 예정이다.



리 엔터프라이즈는 지역뉴스 제공을 담당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다. 미국 23개 주에서 링컨 저널스타, 세인트 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등 48개 일간지와 300개 주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날 버핏은 "우리는 한 가지 간단한 이유로 우리의 신문 사업을 리 엔터프라이즈에 판다"면서 "우리는 리 엔터프라이즈가 신문업계가 직면한 도전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리 엔터프라이즈는 이번 인수로 2000만~2500만달러의 즉각적인 수익 증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 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이날 67% 급등했다.

버핏은 1977년 뉴욕 일간지 버팔로 뉴스를 인수했다. /사진=버팔로 뉴스 홈페이지. 버핏은 1977년 뉴욕 일간지 버팔로 뉴스를 인수했다. /사진=버팔로 뉴스 홈페이지.
버핏 회장이 신문사업 전체를 매각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운영 사업을 거의 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지난해 보험업체 어플라이드 언더라이터를 매각한 것을 제외하곤 최근 몇 십년동안 어떤 사업도 판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을 위한 보고서에서 "가격을 아무리 높게 쳐준다 해도 우리는 버크셔가 가진 좋은 사업체들을 파는 데 관심이 없다"면서 "상황이 좋지 않은 사업체여도 최소한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노사 관계가 괜찮은 것으로 보이는 한, 이를 매각하는 것도 매우 꺼린다"고도 쓴 바 있다.

버핏은 1977년 뉴욕 일간지 버팔로 뉴스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10여년간 수십개의 신문사를 추가로 사들였다. 하지만 버핏은 디지털 중심으로 뉴스 시장이 재편되면서 종이 신문 광고 매출이 급감하자 최근 신문사업 미래에 비관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버팔로 뉴스를 제외한 버크셔해서웨이 소유 신문사 79개는 총 3억7340만달러(약 4420억원)의 매출과 1490만달러(약 176억5000만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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