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곳 안갈래요"…유통업계 '울상'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1.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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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대합실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우한 폐렴 관련 안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01.27.  /사진=뉴시스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대합실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우한 폐렴 관련 안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01.27. /사진=뉴시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확진자가 늘면서 면세점·백화점·복합쇼핑몰 등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많은 사람이 모여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돌발변수에 업계 전반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과거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의 악몽이 재현될까봐서다.



당시 소비자들은 사스, 메르스 등 감염을 우려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매장 찾기를 꺼렸다. 위축된 소비심리는 수치로 나타나며, 국가 전반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발생 직후인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각각 11.9%, 10.2% 감소했다. 사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메르스보다는 높고 사스보단 낮은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소비심리 위축 징후가 나타나면서 이와 유사한 수준의 피해가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직장인 고모씨(29)는 "이번달 말에 휴가를 내서 롯데월드몰이나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에서 하루 종일 쇼핑을 할 예정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무서워서 그냥 집에서 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세번째 확진자가 강남 성형외과, 강남 호텔, 한강 편의점 이외에도 일산 롯데마트·그랜드백화점·스타벅스 카페 등을 이용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대형 유통시설 방문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람들이 몰리는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멈추고 집에서 머물라는 행동지침 등이 공유되고 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보건당국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간 전염을 인정한 만큼 확산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유통업계는 바이러스 관련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직원·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별 위생관리에 들어갔다. 손소독제·세정제·물티슈를 구비했고, 감기에 걸린 직원은 완치할 때까지 연가 대신 공가(公暇)를 적용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회의와 회식, 단체 활동은 당분간 금지된다. 또 점포 내 시식을 전면 중단하고, 전 직원에게 위생마스크를 의무로 착용하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은 손 세정제를 추가로 비치하고 신세계백화점은 설 연휴 직전 본점에서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이마트도 원하는 직원들에 한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스크 착용 후 고객응대에 있어 의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고객만족센터와 계산대에 '고객 여러분과 근무사원들의 위생 건강을 위해 마스크 착용 중' 이라는 안내 고지물을 비치했다.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이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2020.1.27/뉴스1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이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2020.1.27/뉴스1
편의점 GS25는 외국인 방문이 많은 공항 및 관광지, 통행객이 많은 번화가 인근 점포를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GS25는 최근 전 점포에 공문을 내려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전염 방지를 위해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유통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25~27일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이 마스크 870%, 핸드워시 277.2% 등이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던 19~27일 거래액이 전년 동기대비 마스크가 613%, 손세정제가 98% 늘었다. 지마켓에서도 지난 21~27일 판매량이 전주 동기 대비 마스크 4380%, 핸드위시 167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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