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의 히든챔피언' 엔에프씨 코스닥 입성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0.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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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식물성 수용성 세라마이드 시장 80% 점유. 클렌징밤 등 히트상품 잇따라

편집자주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주식시장에는 거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본질가치 이상으로 주식이 거래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싼 기업도 허다하다. 과소평가도 일종의 거품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가장 크게 반영되는 것이 IPO(기업공개) 시장이다.

새로 증시에 올라오는 신규 상장 기업들은 시장에서 가치를 산정할 시간이 충분치 않고 근거가 될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다. IPO 기업의 약세가 자주 나타나는 이유인데 결국 주가는 기업가치에 수렴한다. 옥석을 잘 가리면 오히려 신규상장 기업에서 더 큰 수익을 찾을 수 있다.



엔에프씨 제품사진 / 사진제공=엔에프씨엔에프씨 제품사진 / 사진제공=엔에프씨


엔에프씨가 화장품 원료의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이유는
2월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엔에프씨(NFC)는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기업이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화장품 원료의 삼성전자'라는 평까지 나오는데, 화장품 생산과정을 알고 있다면 엔에프씨의 경쟁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화장품 성분으로 연구되는 물질은 수백만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실제 제품에 쓰이는 것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효과가 있더라도 실제 제품화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 화장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은 더욱 그렇다.



피부관리와 노화방지에 큰 역할을 하는 보습 소재는 지방을 함유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화장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물과 섞는 공정이 필요한데, 문제가 여기에 있다.

일단 천적관계인 '물과 기름'을 묶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피부에 잘 흡수되도록 해야하고 불순물이나 피부자극도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이 뿐 아니다. 다른 원료와 섞여 성질이 변해도 안되며 피부 타입의 다양성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좋아하는 질감과 촉감, 향기도 주요 조건 중 하나다.

이런 장벽을 뛰어넘은 대표적인 원료가 수용성 세라마이드이다. 세라마이드는 사람 피부에 존재하는 자연물질로 일종의 기름성분인데 세포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유해물질의 체내유입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주름방지와 노화방지, 피부기능 개선 효과도 크다. 업계도 이런 효과를 주목했으나, 고함량 세라마이드를 적용한 제품은 만들지 못했다. 이를 국내 대형 화장품회사 L사가 성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최근에는 대부분 화장품 회사들이 고함량 세라마이드를 함유한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화장품 품질에 큰 혁명을 일으킨 고함량 수용성 세라마이드를 개발한 기업이 엔에프씨다. 2009년부터 L사에 처음으로 납품하기 시작, 2019년에는 L사의 수백개 협력사 중 동반성장 협력사 대상의 영예를 안을 정도로 중요한 파트너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엔에프씨는 세계 최초로 천연 식물성 고함량 수용성 세라마이드를 생산하는 기업이자 시장을 지배하는 플레이어로 꼽힌다.

유우영 엔에프씨(NFC) 대표 인터뷰 외부사진 / 사진제공=외부사진유우영 엔에프씨(NFC) 대표 인터뷰 외부사진 / 사진제공=외부사진
국내외 화장품 시장 판도 뒤바꾼 세라마이드. 엔에프씨 점유율 80% 압도적 1위
유우영 엔에프씨 대표(사진)는 "우리 이전에도 세라마이드를 화장품 원료로 공급하던 곳은 있었다"며 "그러나 함량이 0.5%가 보통이었고 가장 높다는 것이 1% 정도였는데 우리는 40% 제품을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선보이면서 시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물성 세라마이드는 우리가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이라며 "최종 사용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많은 기업들에 우리 제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엔에프씨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글로벌 화학회사 B사가 엔에프씨의 원료 판매권을 사들이는 방안을 고민했을 정도다. 2017년과 2018년 연달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엔에프씨만의 특화된 생산기술이 적용된 제품 중 클렌징밤은 북미 세포라 클렌저 부문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 이미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엔에프씨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유 대표는 "천연물질 가운데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을 녹게 하는 수용화 기술(Pre-Lipid)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해 미백제, 주름개선제, 자외선 차단제, 항산화제 등 강력한 활성 성분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얘기하면 피부나 체내흡수가 어려운 것들을 녹여 흡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간 제품화가 어려웠던 성분을 화장품이나 의약품, 건강식품 등으로 만들 수 있다.

세라마이드도 이렇게 탄생했는데, 최근에는 어렵다는 이산화티탄(TiO2)의 연구(협력 S사 공동연구)를 국내 최초로 성공해 화장품용 이산화티탄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유 대표는 "이산화티탄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 사용처가 무척 다양하다"며 "썬크림이나 비비크림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인데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해왔기 때문에 대체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이산화탄을 수입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엔에프씨가 지난해 말 양산화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기업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유 대표는 "이산화티탄은 화장품에서도 중요하지만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특히 수요가 많은 성분"이라며 "빛 반사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소재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엔에프씨 협력사 S사의 이산화티탄 생산설비는 250톤 용량인데 이를 풀로 돌리면 추가매출이 일어나는데 수입대체 효과뿐 아니라 가격경쟁력과 품질도 뛰어나 수출실적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엔에프씨의 기술력은 확장성이 무척 큰데 제약, 바이오 기업들과 협업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은 독성이 강한 원료를 넣어 녹인 후 약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녹내장용 안약의 경우 강력한 용매제를 쓰니 눈이 따가울 수 밖에 없는데, 우리 수용화 기술을 활용하면 통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제약사와 협업이 논의 중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어 "회사의 성장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은 성분에 따라 유행을 타기 마련이지만, 엔에프씨의 제품은 어떤 화장품에도 기초원료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티탄이나 의약원료처럼 기술의 확장성도 뛰어나다.

제약, 바이오, 디스플레이 소재까지 넘본다…2월말 코스닥 상장예정
엔에프씨 생산시설 사진 / 사진제공=엔에프씨엔에프씨 생산시설 사진 / 사진제공=엔에프씨
엔에프씨는 회사 설립 후 현재까지 연평균 30% 이상 외형을 키워왔다. 매출액은 2009년 1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3분기 239억원의 매출액과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는 회사는 드물다.

탄탄한 인적자원도 엔에프씨의 경쟁력 중 하나다. 유 대표는 한국콜마와 보령메디앙스, 홍콩 아싱화장품 등에서 연구전문 인력으로 근무했으며 나머지 생산, 연구, 영업 임원들도 화장품, 제약사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상당하다.

엔에프씨는 국제 품질인증인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 ISO 22716, CGMP(미국 식약처 원료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수준의 설비를 보유해 국내외 기업들이 요구하는 제품공급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

유 대표는 "생산설비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다국적 기업의 오퍼를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했다"며 "CGMP급이며 증설이 마무리되면 보다 큰 매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주력인 화장품 원료 분야에 주력하되, 회사 역량이 커지면 제약 등 다른 분야의 사업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화장품 완제품을 만들었는데 관련 매출이 70억~80억원 가량 나오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엔에프씨는 2월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방침인데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장을 위해 공모하는 주식수는 180만주이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200~1만3400원이다. 총 공모금액은 공모가 하단 기준으로 184억원 규모다. 공모자금은 생산설비를 확장하는데 투입될 예정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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