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좋은 관치는 없다"더니 '낙하산' 논란 기업은행장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9.12.30 04:19
글자크기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지난 2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차기 행장 선임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3번 연속 내부인사가 은행장에 오르면서 이제 더 이상 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금융’ 논란은 없을 것이란 금융권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역대급’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기업은행 직원 1000여명은 지난 27일 퇴근 후 광화문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어야 했다.



논란을 자초한 건 결국 제도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른 은행과 달리 임원추천위원회 등의 제도가 없어 정부 발표 전까지는 ‘깜깜이’ 인사가 불가피하다. 제도를 손보지 않는 이상 ‘낙하산’ ‘관치금융’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회는 있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업은행 이사회 내 임추위 설치를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임원자격 요건에 금융회사 재직 경력 등의 요건을 규정한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정무위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정부도 기회를 차버렸다. '적폐 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부는 금융위 산하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금융 공공기관장을 선임할 때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선임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에 그쳤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 시절인 2013년 후임 기업은행장에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인사가 거론되자 본인들이 했던 말을 곱씹어본다. “정부는 좋은 관치도 있고, 나쁜 관치도 있을 수 있다고 강변하겠지만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과 같다. 좋은 관치가 있다는 말은 좋은 독극물, 좋은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처럼 어불성설이다.”

[기자수첩]"좋은 관치는 없다"더니 '낙하산' 논란 기업은행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