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H&M, 2년만에 최대매출·주가 급등 비결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12.19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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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옷만 고집 않고 수선·대여, 지역화·디지털·지속가능성도 초점…이익률 개선은 '숙제'

/사진=AFP/사진=AFP


패스트 패션의 대표기업 중 하나인 H&M이 지역화·디지털·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실험을 부단히 지속한 결과, 2년 전 부진을 털고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매출 증가가 개선세에 있는 것은 물론 주가도 연초대비 50% 넘게 올랐다.

18일 H&M에 따르면 지난 4분기(2019년 9월~11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617억400만 크로나(약 7조6439억원)를 기록했다. 2019 회계연도의 전체 매출액은 2327억6400만 크로나(약 28조8278억원)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19.3%) 이후 4년 만에 최대 매출 성장세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5.2%였다.



H&M의 실적 증대에 주가도 순항중이다. 나스닥 OMX 스톡홀름 거래소에서 H&M 주가는 전일 기준 191.8크로나를 기록, 연초 대비 52.2%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M의 이같은 실적 개선세에 대해 "이것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습관과 극심해진 리테일 경쟁을 겨냥한 패스트패션 거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H&M은 스웨덴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 1947년에 설립됐다. 미리 대량으로 옷을 만들어 재고를 쌓아둔 뒤 고객들에게 저가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자라(ZARA)나 유니클로 등이 패스트기업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시장에 프라이마크(Primark) 등 훨씬 더 싼 가격에 의류를 내놓는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가 하면 소비자의 소비 패턴도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H&M도 고전했다. 2017년에는 분기 단위 역성장하는 등 H&M 위기설을 불러왔다.

이 때부터 H&M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처방전을 내놓기 시작했다.


칼 요한 페르손 H&M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실적 발표를 통해 "디지털화가 우리 변화의 중심에 있다"며 "더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자극한다"고 강조했다. H&M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것을 멈추는 대신 온라인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체인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성과가 엇갈린 와중에도 실험을 지속한 결과, H&M이 제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2017년 말 출시한 나이든(Nyden)은 이렇다 할 빛을 발하지 못한 반면, H&M 내 고급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아르켓(Arket)은 성공한 케이스다. 아르켓은 자사 의류 뿐만 아니라 타사 브랜드 제품, 생활용품, 카페테리아 등을 결합시킨 라이프 스타일 컨셉의 매장으로 출시 2년 만에 유럽 내 20개의 상점을 냈다.

복사기처럼 똑같은 옷을 찍어내는 대신 지역화도 고민했다. 올해 5월에는 각 지역의 고객 검색을 바탕으로 한 컬렉션 제품을 내놓았고 지난달 말에는 최대 시장인 독일에 '하이퍼로컬'로 이름지어진 공간을 열고 아이템 판매 뿐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요가 세션, 크리스마스 마켓 개최 등도 예고했다.

스타트업과 손잡고 디지털 기반 고객맞춤형 실험도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고객들의 몸을 스캔해 그들 신체에 맞는 옷을 생산하는 형태다.

'패스트 패션은 환경에 해롭다'는 틀에서도 벗어나려 노력중인데 프랑스 파리의 한 플래그십 스토어에 'Take Care'라는 공간을 마련, 수선 서비스도 제공토록했다. 지난달에는 의류 대여 사업도 시작했다.

매출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낮은 이익률 개선은 여전히 숙제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H&M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14.9%에서 지난해 7.4%로 지속 하락했다.

금융회사 RBC의 리차드 챔퍼레인 애널리스트는 WSJ에 "H&M이 점차적으로 제품 공급을 개선하고 있으며 이것이 매출 회복으로 이어진다"면서도 "다음에는 수익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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